초유로 독감 바이러스 잡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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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에게 가장 좋은 식품은 모유다. 모유 중에서도 출산 후 24~72시간 이내에 나오는 초유가 독감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막아낸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중앙대약대 김홍진 교수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논문(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 감염에서 소 초유 산성 분획의 섭취 효과)에서 “초유를 먹으면 인플루엔자 감염을 예방할 뿐더러 감염 후 증상이 발현되는 것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팀은 생후 5주 된 생쥐를 5~6마리씩 세 그룹으로 나눴다. 제1그룹은 생리식염수(200㎕/일)만, 제2그룹은 항바이러스제인 오셀타미비르(10㎎/㎏/일)를, 제3그룹은 소의 초유 분말 분획제(0.5㎎/㎏/일)를 각 2주씩 먹였다. 그리고 계절성 독감을 유발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H1N1)를 비강에 치사량만큼 감염시켜 생존율 및 몸무게 변화를 지켜봤다. 그 결과 초유를 섭취한 그룹과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한 그룹은 100% 살아남았다. 반면 생리식염수만 투여한 그룹은 생존율이 33%에 그쳤다. 몸무게의 변화도 달랐다. 초유나 오스텔미비르를 먹은 그룹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반면 생리식염수를 먹은 그룹은 몸무게가 20% 정도 빠졌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1918년 크게 유행한 ‘스페인독감’의 원인이다. 2년간 전 세계 2500만~5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 인류 최대 재앙으로 손꼽힌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2007년 이탈리아에서 실시한 연구 결과가 발단이 됐다”고 밝혔다. 당시 이탈리아 연구에서는 초유를 먹은 사람과 독감 백신을 접종한 사람을 대상으로 계절 독감이 얼마나 잘 생기는지 빈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초유를 먹은 사람이 계절 독감에 걸려 병원을 찾는 횟수가 3분의 1수준에 불과했다. 발병일수도 7일 짧았다. 김 교수는 “이 연구결과는 초유가 독감을 막을 뿐 아니라, 감염이 돼도 증상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연구에서 소의 초유를 사용했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유제품 중 초유를 원료로 하거나 초유 성분이 함유된 제품을 섭취해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논문은 한국미생물학회가 최근 발간한 ‘미생물학회지’에 실렸다.

정심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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