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소설 수업 '꾸벅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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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겨울방학 중 소설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기적성 수업을 했다. 나름대로 정성을 들여 수업자료를 준비했다. 그러나 결국 꾸벅꾸벅 조는 학생들을 놓고 '나 홀로 수업'을 진행해야 할 판이었다. 16시간 동안 21편의 소설을 다뤄야 하니 말이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문득 떠올린 아이디어가 신문 내용과 형식을 빌리는 '소설신문' 만들기였다.

다섯 시간 협동수업을 전제로 해 학생들을 여섯명 한 모둠으로 재편성했다. 한 학급에 일곱개의 모둠이 생겼고, 소설 일곱편씩을 각 모둠에 배정했다.

첫 시간엔 '소설신문' 만드는 방법을 안내하고,모둠에 할당한 작품을 한 분야씩 맡아 기사 작성 계획을 짜게 했다. 신문을 만들 때 모둠원들은 모두 기자가 되고, 표현 방식은 기사.사진.광고.만화.그래픽 등 신문 요소를 모두 동원하게 했다.

신문을 만들려면 먼저 제호부터 정해야 한다. 제호 밑에는 머리기사를 제시하고, 나머지는 현재의 상황과 관련지어 꾸미면 된다.

세부적으로는 작가의 사진을 배치하고 작품 경향과 문학사적 의의 및 평가 등을 소개하는 난을 둔다. 작가가 걸어온 길과 작품 세계에 영향을 미친 사건 등을 조사해 작품 분석도 넣는다.

또 작가의 소설이 대입수능에서 어떻게 다뤄졌는지 조사해 중요 사항을 요점 정리 등으로 제시한다.

필요한 정보는 인터넷의 국어공부방과 신문 등에서 찾게 했다.

둘째 시간엔 학생들이 정리해 온 자료를 이용해 모둠별로 신문 제작에 들어갔다. 신문지 대용으로 B4 크기의 도화지를 미리 충분하게 나눠줬다.

셋째 시간엔 모둠 단위로 결과물을 발표시켰다. 한 모둠에 10분 안팎의 시간을 배정했다. 실물화상기를 이용해 신문을 확대 또는 축소할 수 있게 했다. 발표하는 틈을 타 점수를 매겼고, 마무리로 간단한 강평도 곁들였다.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활발하게 질문을 하는 모둠에겐 가산점을 줬다. 한 학급의 모든 모둠(7개)이 발표를 마치는 데 두 시간 정도 걸렸다. 성적이 좋은 모둠에겐 상을 줬다.

자칫 학생들을 졸음에 빠지게 할 수 있는 소설 수업이었다. 하지만 발상을 조금 전환해 수업 방법에 신문 형식만 빌렸는데도 학생들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분출했다. 친구들과 협동의 중요성도 깨우쳤다.

이기찬 교사(본지 NIE연구위원.서울 명덕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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