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 한국선 왜 1만종 뿐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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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일본에 서식하는 곤충의 종(種)수는 모두 3만3백99종이지만 우리나라는 3분의1 수준인 1만1천3백81종에 불과하다. 그 이유가 뭘까. 국토가 좁아서? 천만의 말씀이다. 사실은 여기저기 흩어져 살고 있는 곤충을 찾아내고 분류해 이름을 붙일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환경부 등에 따르면 곤충분류학으로 국내외에서 학위를 취득한 사람은 38명에 불과하다. 곤충류는 32개 목(目:분류체계상 과<科>의 바로 위의 구분 단위)으로 구분되지만 그 절반은 전문가가 없어 전혀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뱀.거북 등 파충류 분류학자는 국내에 단 한 명이고 개구리.두꺼비 등 양서류 전문가도 2명뿐이다. 박사가 20명이고 대학원생도 전국을 통틀어 20여명 정도다.

성균관대 최병래(崔炳來.한국생물다양성협회장)교수는 "국내 전문가만으로는 동물도감도 제대로 만들지 못할 정도"라며 "그나마 한명 있는 분야에서 전문가가 사고로 사망하거나 은퇴한다면 큰 문제"라고 말했다.

환경단체인 초록빛깔사람들의 조순만(趙淳萬)대표는 "환경부가 5년마다 실시하는 전국 자연환경조사 결과도 신뢰하기 어렵고 환경 훼손을 막기 위한 환경영향평가도 형식적"이라며 "자치단체 공무원들도 분류학 지식이 없어 멸종위기 동식물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학계에 보고도 안된 유용한 생물종이 아무도 모르게 멸종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환경부 자연정책과 유태철 사무관은 "환경부가 현재 추진 중인 생물자원보존관 등의 시설을 통해 전문가를 양성할 계획이지만 일할 자리와 연구비가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대학뿐만 아니라 지자체와 연구기관.국립공원 등에 분류학자들이 일할 자리를 많이 늘려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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