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청와대의 '개인적 일탈' 해명은 부적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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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권력은 종종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을 일으킨다. 통제에 대한 욕망은 권력의 속성이지만 그걸 내놓고 드러내는 건 권력을 유지하는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그 지위로 보나 대통령과 접촉 빈도로 보나 권력의 핵심이다. 그런 점에서 그제 이 수석의 ‘채동욱 정보조회 의혹 사건’ 관련 발언은 적절하지 않다. 검찰의 수사 방향에 지침을 주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수석은 ‘안전행정부의 김모(49) 간부가 청와대 조모(54·직위해제) 행정관에게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모군의 가족관계부 조사를 의뢰했고, 이에 따라 조 행정관이 서초구청 조이제(53) 국장에게 가족관계부 열람을 부탁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이 수석은 이어 “그 외에 청와대 소속 인사가 조 행정관에게 부탁한 것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일부에서 가졌던 청와대의 이런저런 의혹과는 관계가 없다” “조 행정관의 개인적인 일탈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청와대 민정수석실 출신의 안행부 간부→청와대 일개 행정관→서초구 국장으로 이어지는 개인적인 정보보호 위반 사건일 뿐 청와대 고위 인사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부분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이 대목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낙마를 불렀던 혼외자녀설을 흘린 곳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 세력이나 현 정부의 집권세력이 아니냐는 시중의 의혹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이다. 그럴수록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런데도 이 수석은 처음부터 사건의 성격을 개인적 일탈행위로 규정하고 청와대의 다른 부분과 관련이 없다며 ‘확인’이라는 표현까지 썼으니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준다는 오해를 받을 만하다. 이 수석은 사건 초기에 “조 행정관은 사실무근이라고 한다”고 했다가 사흘 만에 “조 행정관이 서초구청 조 국장에게 부탁을 했다더라”고 말을 바꿔 이미 진실성과 신뢰도에 상처를 입었다. 지위가 높을수록 발언은 오해가 없도록 신중해야 한다. 검찰 수사도 행여 이 수석의 발언에 위축돼선 안 될 것이다. 김진태 신임 검찰총장의 성역 없는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많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