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장터 전산망 해킹 1100억 공사 낙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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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공공기관 PC에 악성프로그램을 몰래 심어 조달청의 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를 통해 총 1000억원대 관급공사를 불법 낙찰받은 일당이 검찰에 붙잡혔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조재연)는 컴퓨터 등 사용 사기 및 입찰방해 혐의로 프로그램 관리자 윤모(41)씨와 입찰 브로커 유모(62)씨 등 총 28명을 적발했다고 3일 밝혔다. 범행을 주도한 4명은 구속기소하고 17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해외로 도피한 개발자 김모(37)씨 등 4명은 지명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1년 5월~2012년 10월 경기·인천·강원 지역 지자체를 돌며 범행했다. 보안이 철저한 나라장터 시스템 서버에 접근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관리가 허술한 지방자치단체와 경쟁 건설업체 사무실 PC 사이에 오가는 입찰 정보를 해킹하기로 작전을 짰다. 범인들은 지자체 공무원 PC에 심을 ‘재무관용 악성프로그램’과 경쟁 건설사들이 입찰에 쓰는 PC에 심을 ‘건설업체용 악성프로그램’을 따로 개발했다.

 악성프로그램을 설치하기 위해 지자체 재무관에게 지인을 보내 “낙찰 관련 파일을 검토해달라”며 PC에 USB를 꼽아 자동 설치하는 수법을 썼다. 이렇게 심어진 악성 프로그램은 낙찰 하한가를 조작하는 기능을 했다. 범행 규모는 검찰이 파악한 것만 낙찰가 기준 1100억여원어치에 달한다. 35개 건설업체가 공사 77건을 불법 낙찰받았다. 이 중에는 연평도 피격으로 무너진 시설을 다시 짓는 203억원어치 공사 12건도 포함됐다.

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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