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판사 더 없게 … 매뉴얼 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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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해 12월 부산지법 동부지원. A부장판사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B씨(44)에게 “초등학교 나왔죠. 부인은 대학교 나왔다면서요. 마약 먹여서 결혼한 것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A부장판사는 B씨가 마약관리법 위반 혐의로 복역한 전과를 비꼰 말이었지만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면서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대법원은 지난 3월 A부장판사에 대해 감봉 2개월 처분을 내렸다.

 판사들의 막말 예방을 위한 안내서가 국내 처음으로 부산지법에서 발간됐다. 『바람직한 법정언행 매뉴얼』(사진)이라 이름 붙인 이 책은 재판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상황에 대한 단계적 대처방안을 사례 중심으로 담고 있다.

 예를 들어 법정에서 방청객이 큰 소리로 욕설을 할 경우에는 “계속 소란을 피우면 퇴정을 명하거나 감치 또는 과태료에 처하겠습니다”라고 주의를 준 뒤, 계속 떠들면 퇴정을 명하도록 돼 있다. 또 재판 중에 증인이 욕설을 하면 “감정이 격한 이유는 이해가 되지만 법정에서 도가 지나치는 행동을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도록 했다. 총 150쪽 분량의 이 책은 크게 민사재판절차와 형사재판절차의 사례를 중심으로 막말 예방을 위한 단계적 대처법이 들어 있다. 이 책은 부산고법·부산지법·부산가정법원 판사들에게 배포되고 각 법정에도 비치된다. 또 전국 법원과 도서관에도 일부 배포한다.

 이 책은 지난 2월 취임한 윤인태 부산지법원장의 의지가 크게 반영됐다. 실제 집필과 편집, 감수는 부산지법 이진수·이정일·강석규 부장판사와 신헌기·이상완·박찬호 판사가 참여했다. 윤 법원장은 “판사들의 법정 실수가 결국 사법부 전체의 신뢰를 떨어뜨린다. 이를 막기 위해 책을 발간하게 됐다”고 말했다.

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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