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콩」의 3파 연정 제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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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1일 「베트콩」은 월맹 통신을 통해 「중대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에서 「베트콩」은 월남 문제에 대한 어떤 해결도 「베트콩」의 7개항 평화 안에 입각해야 한다고 재확인하면서도, 7개항 평화 안 속에 들어 있는 「민족 단합의 정부」가 무엇을 뜻하는 것이냐를 풀이함으로써 월남 국내 문제의 해결책을 상세히 명시하는 새로운 입장을 밝힌 점에서 주목된다.
변화를 시사하는 문제의 제안의 골자는 대략 다음 세 가지이다. 첫째, 『월남 문제의 대내적인 해결은 현재 월남에 2개 행정부와 2개의 군대 및 또 하나의 다른 정치 세력이 존재하고 있다는 현실 상황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둘째, 『거족적인 단결을 위해서는 이들 모두가 평등, 상호 존중, 상호 비 제거의 원칙에 입각하여 노력해야하며 인민들에게 민주적인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셋째, 마지막으로 『이와 같은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과도기간의 업무를 담당하고 자유·민주의 총선을 수행할 이들 3개 정치 세력의 임시 연정이 수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제안은 「베트콩」이 「사이공」 정권의 제거를 주장치 않고 월남의 정치 현실을 인정하고 월남 문제의 대내적인 해결을 모색하고 있는 점에 있어서 주목을 요한다. 이 제안에 대해서 「사이공」 정부는 현재의 월남 정부가 유일한 합법 정부라는 입장에서 즉각 거부의 반응을 보였지만 미국무성은 이 안이 「한가지 변화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신중한 검토를 하고 있다고 전한다.
「베트콩」의 이러한 태도 변화가 무엇 때문에 생겨난 것인지 우리는 그 참된 이유를 쉽사리 촌도 할 수 없다. 그렇지만 「파리」 회담의 월맹 대표단 특별 고문 「레·둑·토」가 지난 주 북경에 머무르는 동안 중공 관리들과 회담을 가졌고, 또 중공의 신화사 통신이 이번 「베트콩」 제안을 이례적으로 전문 게재한 것으로 보아 그것이 중공 측의 권유 내지 종용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하는 추측이 유력하게 성립된다.
월남 전쟁은 미·소·중공 등 3대 핵 국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전형적인 간접 전쟁이지만, 월맹이나 「베트콩」을 지원하고 있는 소련 및 중공 사이에 인지 반도 지배를 둘러싸고 착잡 미묘한 대립이 벌어지고 있음은 세계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공산 측에 대한 연합국 측의 군사 공로의 강화는 금년 초봄에 일단 무너져버린 듯 했던 군사간의 세력 균형을 회복시키고 있는데 이 세력 균형 만회가 전쟁의 장기화와 월맹이나 「베트콩」에 대한 소련의 지배 강화의 경향을 유발하고 있음을 역시 부인치 못한 사실이다. 여기 중공이 월남의 정치 현실을 인정하고 연립 정부를 세우자는 안을 내세우게 함으로써 「파리」 평화 협상을 현재의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게 하고자 하는 정세 상 배경이 있지 않는가고 생각한다.
북경과 「모스크바」를 순방하고 「파리」에 도착한 「레·둑·토」는 그 동안 「모스크바」·「런던」을 거쳐 「파리」에 도착한 미국 대통령 특별 보좌관 「키신저」씨와 만나 본격적인 평화 협상을 서두르게 될 모양이다.
대통령 선거전 때문에 조속한 종전을 원하고 있는 미국 역시 새 평화 안을 내놓으리라고 전하는데 「파리」 회담은 쌍방이 종전의 주장을 어느 정도 완화하느냐에 따라 그 성패가 좌우될 것이다.
월맹 해안 봉쇄·북폭 지속 등으로 연합국 측이 군사적으로 세력 균형을 만회한 오늘 월남 전쟁은 협상으로 종결 짓자는 기운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성숙되어 가고 있는 느낌이 짙은데 우리 역시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사태의 진전을 관망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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