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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산업 살리는 길 '따로 또 같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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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최계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래융합연구실장

‘따로 또 같이’는 최근 눈에 띄는 트렌드다. 아이돌 그룹이 그렇다. 빅뱅·슈퍼주니어·소녀시대 등은 멤버들이 개성을 살려 따로 활동하다가 필요하면 그룹의 이름 아래 함께 모여 노래하고 춤을 춘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부처별로 소관산업의 성장발전을 지원하되, 미래창조과학부를 중심으로 정보통신기술(ICT)에 기반한 접목·융합을 뒷받침하기 위해 애쓴다. 이는 최근 들어 성장이 둔화된 제조업 중심의 발전모형과 칸막이 규제에 따른 ICT-타산업 간 융합 발전 저해, 소프트웨어(SW)-하드웨어 간 불균형 등의 문제점이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SW 부문의 고민이 깊다. 미래부가 추진하는 ‘ICT 3대 핵심 정책’에 SW가 맨 앞에 자리하고 있다.

  SW는 ICT산업은 물론 경제 전반에 걸쳐 중요성이 날로 증대하고 있다. 지도·서적·동영상에서 교육·의료·물류에 이르기까지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는 모든 서비스는 SW를 통해 가능하다. 전자기기나 통신 네트워크, 산업용 기계·로봇에 이르기까지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대상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차세대 핵심 성장동력인 우주항공산업만 해도 하드웨어보다는 SW가 차지하는 중요성이 훨씬 크다. 결국 SW산업과 이를 뒷받침하는 SW 인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얘기다.

 SW산업은 미래부·산업통상자원부·안전행정부 등이 제각각 주어진 구획 안에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컨트롤타워인 미래부는 하나의 우산 아래 추진되지 않는다며 답답해하고, 다른 부서는 소관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나름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과제 해결을 위해서는 ‘범부처 협력’이라는 이름의 ‘따로 또 같이’에 대한 공감도가 높아져야 한다. 부처별·기관별 소관업무라는 이유로 ‘따로’ 딛는 게 아니라 ‘같이’ 걷는 발걸음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내년 초 나올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를 위한 기본계획’에서 ‘따로 또 같이’를 통해 ICT가 제공하는 기회를 성공적으로 살려내야 한다.

최계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래융합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