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멀고 험해도 기어이 가야할 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우리대표단과 기자단 일행은 남북적십자회담에 참가하기 위해 이제 평양을 향하여 출발하려 합니다.
4반세기 동안 같은 단국땅이면서도 드나들지 못했던 북녘땅에 첫발을 내딛는 저희 일행은 실로 형언할 수 없는 감회를 느낍니다.
1천만 이산가족과 온 겨레가 부여한 사명을 성취하기 위하여는 저희들이 오늘 가는 이 길이 그 아무리 멀고 아무리 험난하다 해도 기어이 가야만 하는 길이기에 지금 우리 대한적십자사대표단은 굳은 결의와 각오를 갖고 떠나는 바입니다.
「그렇지만 이 사업은 아무리 우리 대표단이 열심히 노력한다 해도 우리의 힘만으로는 이룩될 수 없는 일입니다.
온 겨레의 성의와 결의가 우리대표단과 같이 북녘땅 구석구석까지 고루 미칠 때 비로소 이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온 국민은 부디부디 우리와 뜻을 같이하고 우리를 성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회담을 해나가는 동안 혹시 우리 대표단의 생각이 미치지 않는 곳이 있으면 우리에게 지혜를 주시고, 우리의 의기가 떨어지면 용기를 주시고, 참뜻이 필요할 때는 우리가 인내함수 있는 능력을 주시고, 그리고 우리의 참된 뜻이. 상대방에게 미치지 아니할 때는 그들이 우리의 뜻에 감화, 감동할 수 있도록 다같이 하느님께 기도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우리 대표단일행은 옷깃을 여미고 작별인사를 드립니다. 저희 일행은 전 세계의 이목 이 한반도에 쏠리고있고 온 국민의 뜨거운 성원을 명심하면서 성실과 인내와 뜨거운 동포애로써 회답에 임하겠습니다.
아울러 우리의 슬기롭고 꿋꿋한 대한민국의 참된 모습을 북녘 땅 동포들의 가슴에 심어주고 돌아오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