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종교사상 처음으로 비구니·수녀 우의 다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수녀들과 비구니들이 역사상 처음으로 집단적으로 동석·친교를 다짐했다. 이것은 서울시내의 「카톨릭」수녀원들에 소속한 66명의 수녀들이 불타의 가르침에 따라 청정정진의 길을 닦는 서울 보문사의 1백80 비구니들을 찾음으로써 일어난 일이다.
21일 하오3시 동대문구 보문동의 보문사에선 전혀 이질적인 두 종단의 수도여인들이 만나 몇 시간의 우의를 나누었다. 보문사는 일명 「탑골승방」이라고 불리는 5백여년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비구니의 승원. 조계종에도 태고종에도 속하지 않은 재단법인 보문원을 구성하고있다.
여기서 만난 두 교단의 서로 낯선 여인들은 얼마간 어색한 분위기를 자아냈으나 차차 친숙해져 몇 명씩 모여 담소했다.
서양종교인 카톨릭의 수녀들은 서구적 교육 환경 때문인지 훨씬 활발한데 비해 보문사의 비구니들은 자기 집인데도 동양적인 불교교육의 영향 때문인지 일반적으로 수줍어했다고 보문사의 송영사 주지스님은 설명했다.
이번 수녀들의 절 방문은 지난 5일 보문사 비구니들이 「카톨릭」기관들을 돌아본 뒤 수녀들을 초청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 것이며 두 종단의 상호이해와 인간적인 교우의 폭을 넓히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