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일터 찾아가 어른들과 스킨십 … 저절로 예절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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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일본 효고현의 중학교가 실시하는 인성교육 프로그램인 ‘트라이 야루 위크’를 고안한 사람은 재일동포 3세이자 다루미중 교사인 한유치(48·사진)씨다. 한씨는 1993년 고베시 교육공무원에 채용돼 지역 외국인 교원 1호가 됐다. 5년차 교사였던 97년 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트라이 야루 위크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했다. 그의 시도는 입소문을 타고 주변으로 퍼졌고, 반응도 좋았다. 효고현은 이듬해인 98년 현 내 모든 중학교에서 이 프로그램을 실시하도록 했다. 한씨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학생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한씨와의 문답.

 -트라이 야루 위크를 하게 된 계기는.

 “1997년 중학생 살인사건 이후 학교 현장에서 심각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인성교육은 한계가 있었다. 인사를 잘하고 윗사람을 존경하라는 정도의 가르침이 전부였다. 이런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선 지역사회와 함께해야 했다. 그래서 생각한 게 동네의 가게와 공장을 체험하면서 지역 어른들과 스킨십을 하고 예절을 배우게 하자는 아이디어였다.”

 -효과가 어느 정도인가.

 “아이들은 사업장에 나가는 것 자체가 다른 사람에게 신세를 지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예절 교육이 된다. ”

 -부모들의 반응은 어떤가.

 “처음에는 한 주간 학교에 가지 않고 사업장을 간다는 걸 못 미더워하는 분도 계셨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좋아하신다. ‘ 아이가 부모가 얼마나 힘들게 돈을 버는지 알게 됐다’며 감사 인사를 전해오는 학부모도 있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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