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슈퍼리치, 재산 빼돌리기 봇물..스위스 GDP 규모 자금 해외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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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염지현 기자] 중국 부자들의 자산 망명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들의 주된 자산 유출 목적은 부정한 방법으로 축적한 재산을 은닉하거나 자녀 교육, 환경오염 문제 등인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 컨설팅업체 웰스인사이트는 중국 부자들이 해외로 빼돌린 자산 규모가 약 6580억달러(약 698조원)에 이른다고 밝혔다고 미국 경제매체 CNBC 등 외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스위스 국내총생산(GDP·6461억달러)와 맞먹는 규모다.

미국 컨설팅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BCG)도 4500억달러 규모의 해외 유출이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BCG 분석 규모는 웰스인사이트보다는 적지만 앞으로 5년간 중국 부자들의 해외 자산이 두 배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베인 컨설팅도 중국에서 1600만달러 이상 자산을 보유한 슈퍼 부자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해외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런가하면 아예 이민에 나서는 중국 부자들도 늘고 있다. 중국판 ‘포춘(Fortune)’으로 불리는 후룬(胡潤) 보고서와 중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중국 백만장자들의 절반 가량이 해외 이민을 고려하고 있거나 이미 해외로 떠났다.

중국 상업은행과 베인앤컴퍼니가 발표한 ‘2013 중국 개인 자산보고서’에서는 1000만달러 이상을 보유한 중국 부자들의 56%가 이민을 고려하고 있으며 11%는 아이들 만이라도 이민을 시키고 싶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부자들의 대이동은 지난 3월 공식 집권한 시진핑(習近平) 새 지도부가 부정부패 단속을 강화한 것이 가장 큰 영향인 것으로 분석된다. 정경유착이 심한 중국에서 부(富)를 축적한 부자들이 정부의 철퇴를 피하기 위해 해외로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자녀 교육과 환경오염 문제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가구 한자녀 정책’으로 많은 중국 부모들이 자녀를 ‘소황제(小皇帝·과보호를 받으며 자라는 독자)’처럼 기르는 가운데 높은 교육열과 극심한 환경오염 등이 중국 내 거주를 기피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스모그가 생식능력을 저하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으며 식품 위생문제 등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악명이 자자하다.

피터 조셉 미국투자이민협회 관계자는 “정치적인 불안정, 교육 기회의 부족, 도시의 환경오염 등 어떤 이유에서든 중국 부자들은 다른 땅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자산을 많이 모을수록 해외로 이동하는 것은 자연스런 결과라고 보고 있다. 올리버 윌리엄스 웰스인사이트 애널리스트는 “중국 부자들은 자산의 13%를 해외에 보유하고 있다”며 “이는 전 세계 평균치 20~30%를 밑도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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