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치적 돌파구 생기면 달려가 돕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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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에티오피아 방문 때 총리가 내게 새마을운동에 대해 묻더라. 그 정도로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은 한국을 모델로 삼고 있다. 한국은 1950년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67달러였으나 지금은 2만 달러가 넘는 나라가 됐다.”

 김용(54·사진) 세계은행 총재가 22일(현지시간) 워싱턴 사무실로 한국과 일본 특파원들을 초청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한국의 개발 경험을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가들에게 나눠줘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김 총재는 1주일 뒤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다. 한국에선 세계은행 서울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하며, 일본에선 ‘보편적 의료 보장을 위한 지속가능한 성장총회’에 참석한다.

 김 총재는 간담회에서 한국경제에 대해 “올해 경제성장률을 2.8% 정도로 예상하는데, 내년엔 3.7%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과거와 비교하면 만족스럽지 않겠지만 글로벌 기준으로 보면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경제가 풀어야 할 숙제에 대해서도 충고를 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러시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때 한국경제의 창조와 혁신에 대해 인상적인 연설을 했다”며 “한국의 기업인과 정치지도자들은 미래에 위대한 혁신가가 될 젊은이들을 어떻게 교육시킬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세계의 중진국들은 무엇을 성장 동력으로 삼을지를 고민하다가 값싼 노동력을 꼽는 데 반해 한국은 이미 그 단계를 넘어섰다는 얘기였다. 그런 만큼 금융과 과학기술, 문화 등의 분야에서 이제는 혁신이 중요하며, 그 혁신은 교육시스템과 연결돼야 한다는 게 김 총재의 주장이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하면 성균관대에서 한국의 교육과 관련한 토론회를 하는데 그 자리에서 한국이 혁신을 위해 충분한 투자를 하고 있는지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핀란드의 예도 들었다. 김 총재는 “핀란드는 아주 작은 나라지만 교육을 통해 엄청난 혁신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도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 R&D(연구·개발) 투자에 힘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은행이 북한의 빈곤을 퇴치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할지를 묻자 김 총재는 자신의 가족사를 털어놓았다. 아버지가 열아홉 살 때 북한을 떠나온 실향민이며, 아버지의 나머지 6남매는 아직도 북한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김 총재는 “북한 주민들이 겪는 고통을 깊은 관심을 갖고 보고서들을 챙기고 있다”며 “세계은행은 언제라도 북한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KDI(한국개발연구원)을 비롯한 한국 전문가들과 논의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는 “세계은행이 북한을 돕기 위해선 북한이 먼저 도움을 요청해야 하며, 세계은행 멤버가 돼야 지원이 가능하다”고 안타까워 했다. 북한에 정치적인 돌파구가 생겨 세계은행이 도울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언제든지 북한으로 달려가 돕겠다고 강조했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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