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체제 극복 기회 놓친 민주당 … 1990년 3당합당 공황 때보다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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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금 민주당은 1990년의 3당 합당(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 이후의 공황 때보다 더 못하고 있다.”

 22일 열린 한국정당학회(회장 손병권 중앙대 교수) 주최의 연례학술회의에서 나온 이화여대 김수진 교수의 지적이다. 김 교수는 ‘한국 정당연구의 성찰’을 주제로 한 원탁회의에 토론자로 나와 이같이 발언했다. 그는 “탄핵 이후 새누리당은 보수 정당으로서의 특수성을 본격적으로 취하면서 보수 성향 시민단체와 함께 탄탄한 기반을 마련했지만 이 기간 열린우리당이 대응하는 정치 세력으로서 자리 매김하지 못한 것이 정당정치 발전에 굉장히 문제가 됐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또 “소위 ‘87년 체제’를 극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열린우리당이 실패로 무너지면서 정당 정치가 새누리당 중심으로 지리멸렬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87년 체제란 6·29선언으로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되면서 형성된 정치체제를 말한다.

 역시 토론자로 나온 덕성여대 조진만 교수도 “지난 대선에서 중도층은 이념적 중간이 아닌, ‘경제는 진보지만 안보는 보수’라는 식의 이중 개념을 갖고 있는 유권자가 대부분이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은 안보는 그대로 두되 경제는 진보 쪽으로 선회하면서 변화하려는 노력을 했던 반면 민주당은 진보의 선명성을 강조하는 데 치우쳐 이중 개념을 갖고 있는 유권자들을 공략하는 데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복지에 있어서 선명성은 놔두더라도 안보 영역에 있어선 통진당과 차별화하는 등 부분적으로 접근법을 달리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3당합당 이후 양당 정치체제가 안정적으로 구축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명지대 정진민 교수는 “지역적 불균형뿐 아니라 세대와 이념 성향에 있어서도 보수 진영이 우세하고 진보 진영이 열세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며 “이 경우 우세한 정당은 지지층만 결집시켜도 되지만 열세한 정당은 끊임없이 판을 바꾸려는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학술대회는 ‘2013년 세계 정당정치의 변화상과 한국 정당연구의 과제’를 주제로 ▶유럽통합과 정당정치의 변화 ▶남유럽 재정위기와 정당의 대응 ▶한국·미국·유럽의 환경정치와 정당의 역할 ▶한국·미국·유럽의 다문화 정치와 정당의 대응 ▶한국과 미국 정치과정의 비교와 상호 영향 등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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