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 내세워 수혈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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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고 한일병원에 입원 중인 조재하양(16·이대부중2학년)의 부모 등이 「여호와의 증인」신자라는 종교상의 교리를 내세워 계속 수혈을 거부, 피가 모자라 25일 현재 위독한 상태에 빠져 있다.
조양은 지난 22일 하오5시45분쯤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45 신촌「로터리」에서 서울 영5-368호 좌석「버스」(운전사 김길남·32)에 치여 중상을 입고 연세대 부속병원에 옮겨 응급치료를 받았으나 본인과 가족들이 「여호와의 증인」교회 신자로 『남의 피를 먹지 말라』는 교리를 내세워 수술과 응급 치료에 필요한 수혈을 거부했다.
병원측은 하는 수 없이 응급 처치만 해주고 조양은 가족들이 원하는 대로 한일병원 308호실로 옮겨졌으나 계속 수혈을 거부하고있다.
한일병원에 의하면 조양은 왼쪽쇄골과 늑골 7개가 부러지고 늑골 골절 등 중상으로 인한 혈관 파열로 늑막 안에 피가 괴는 혈흉이 생겨 심하게 출혈, 수혈이 긴급히 필요한 상태라는 것이다.
그러나 조양의 어머니 김교순씨(37·서울 마포구 아현동88의73)가 『성서에 사람이나 짐승의 피를 먹는 자는 망한다(「레위」기, 창세기, 사도행전)고 기록돼있고 수혈도 피를 먹는 것과 다름이 없다』며 『만일 딸이 죽게 된다해도 신의 섭리이므로 어쩔 수 없다』고 수혈을 거부하고 있다.
가족들은 의사와 간호원이 병실을 드나들 때마다 수혈 여부를 감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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