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종일 '私的 만남' 해명 의문점] 駐英대사가 왜 對北접촉 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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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종일(羅鍾一)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의 북측 인사 접촉의 진상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인지, 미국 측에는 사전.사후 통보를 한 것인지, 접촉의 내용과 성격은 무엇인지 羅보좌관은 분명한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盧대통령이 지시했나=羅보좌관은 6일 "사적인 만남""프라이버시 차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자들이 "盧대통령 지시를 받았느냐"고 묻자 羅보좌관은 "(그 문제는)확인해 줄 수 없는 것 아니냐"며 "공개 회의나 공식 성명으로 대북정책을 추진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경희 청와대 대변인은 5일과 6일 브리핑에서 "대통령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보고는 받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羅보좌관은 주영대사였던 지난달 10일과 17일 두차례 盧당선자를 면담했다. 羅보좌관은 사흘 뒤인 20일 중국 베이징(北京)으로 날아가 북측 인사를 접촉했다. 21일 귀국해 이틀 뒤인 23일엔 국가안보보좌관으로 공식 임명됐다.

이런 정황을 종합해 보면 청와대 측이 이 문제에 대해 일관해 부인하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현재로선 접촉 전후에 盧대통령이 보고를 받았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 어떤 성격의 만남이었나=宋대변인은 "羅보좌관의 북한 인사 접촉은 공식 접촉이 아닌 대화통로를 열기 위한 모색과 탐색이었다"고 설명했다. 남북 정상회담 조율이나 북핵 문제 해법 모색 등이 아니라는 얘기다. 대화채널 구축용의 '상견례' 정도로 이를 치부한 것이다.

청와대의 설명을 그대로 인정한다 해도 의문이 남는다. 무엇이 그렇게 시급했기에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되지도 않은 시점에 당시 주영대사로 있던 羅보좌관은 갑자기 귀국했으며, 盧당선자를 거듭 만났으며, 베이징으로 갔느냐 하는 점이다.

羅보좌관이 대북 문제 해법에 목말라 하던 盧당선자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해 새 대북채널을 만들고 북핵 해법 등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을 수 있다. 그는 국정원 1차장을 지냈기 때문에 대북 관련 인맥이 있을 수 있다.

이를 盧당선자가 묵인 내지 수락했으며, 羅보좌관이 북한 인사와 접촉했지만 정상회담 성사 등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던 것으로 추론해 볼 수 있다.

◆ 미국과의 사전.사후 조율 있었나=羅보좌관은 6일 "미국 대사관에서도 어제 전화가 와 그런 대북정책을 지지한다고 하더라"며 "이 얘기를 미 대사관 측이 기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해주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미국과의 조율이 있었음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본지 취재진에 의해서도 확인돼 보도(5일자 1면)된 바 있다.
최훈 기자cho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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