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방폐장 금품 비리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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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경찰이 경북 경주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시공사인 대우건설과 공사 관리·감독기구인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환경관리센터를 압수수색했다. 이들과 공사 하청업체 사이에 금품이 오간 정황을 잡아서다. 경북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13일 대우건설 경주 방폐장 현장사무소를, 20일에는 환경관리센터 고위 간부 이모(59)씨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또 대우건설 현장 직원들과 이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에 따르면 대우건설 직원들은 공사 하청업체들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았고, 이 중 일부를 이씨에게 건넸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씨는 금품 수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돈 거래 관련 서류와 컴퓨터 파일을 분석하며 금품이 오간 증거를 찾고 있다. 또 금품에 대가성은 없는지 캐고 있다.

 익명을 원한 경찰 관계자는 “방폐장 건설공사 금액이 5000억원에 이르고, 여러 차례 설계 변경이 이뤄진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 초기여서 아직까지 정황을 잡은 수수금액이 수천만원 정도지만, 더 큰돈이 오간 사실이 드러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경우에 따라 방폐장 안전성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수사와 관련,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표흥섭 홍보실장은 “자체 조사위원회를 꾸려 곧바로 감사에 착수할 것”이라며 “더불어 방폐장 구조물 등에 안전 문제가 없는지 집중적으로 살필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주 방폐장은 2008년 8월 경주시 양북면에서 착공했다. 내년 6월 완공예정이다. 지하 130m 땅속 동굴을 파고 이 안에 중·저준위 방사능 오염 물질을 넣어둘 높이 50m, 직경 30m 콘크리트 돔 6개를 만드는 공사다. 원자력발전소 안의 방사선 구역에서 일할 때 입은 작업복과 장갑·덧신, 병원에서 X-레이를 쬔 천 등을 이곳에 넣어둔다. 사용후 핵연료 같은 고준위 폐기물은 이곳에 둘 수 없다.

 경주 방폐장은 공사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설계를 바꾸고 보강을 하느라 완공 시기가 계속 늦춰졌다. 이 과정에서 애초 2584억원이었던 순수 공사비가 5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완공한 뒤 폐기물을 받아야 하지만 경북 울진·월성의 폐기물처분시설이 꽉 차는 바람에 따로 폐기물들이 2010년부터 들어와 현재 공사장에 3000여 드럼이 쌓여 있는 상태다.

대구=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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