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미 대역은 회의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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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비록 그것이 긴 여로의 출발에 지나지 않지만 남·북 적십자회담에서 한국이 이니셔티브를 쥐고 통일에의 정지작업을 추진하고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라고 월리엄·번디(55)전미국무차관보가 말했다.
한국군월남파병당시 미국무성의 주역을 맡았으며 오는 9월 포린·어페어즈지 편집장 취임을 앞두고 닉슨 중공방문 후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사정을 알아보기 위한 순방 길에 30일 한국에 들른 윌리엄·번디씨는 1일 본사를 방문, 본사기자와의 단독회견에서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국의 통일문제는 궁극적으로 남·북한간의 경제력의 대결에서 해결점을 찾게될 것』이라고 전제한 번디씨는 닉슨·독트린의 구체화의 일환으로 일본이 아시아안보에 당장 상당한 몫의 미국역할을 대신 맡게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자신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닉슨 중공방문이 아시아국가들에 끼친 영향을 두 가지 측면에서 분석한 그는 첫째 이 지역에 관한 분쟁해결이 앞으로는 미·소·중공·일본 등 4강국에 의해 크게 영향받을 것이고, 둘째는 경제·정치적 면에서 급진적인 상승추세를 보이고있는 일본이 미·중공해빙으로 인해 소련의 호응을 점차 받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북괴의 대미화해공세가 한반도의 정세를 둘러싸고 소련·일본의 진출을 두려워하는 중공의 견제작용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닌가에 대해 그는 『한국전 이후 곧 철군한 중공이 한반도에서 미군철수 주장을 당장 철회했다는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북괴의 진의를 타진하지 못한 채 미국이 한국정부의 의사를 무시한 대 북괴 접촉을 벌이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한반도에서 미군의 철군은 현재로서는 미국도, 일본도 원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은 일본이 한국안보에 개입하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미국정부의 입장을 진단한 번디씨는 『계속 한국이 유엔에서나 남·북적 회담에서 이니셔티브를 쥐는 것이 중요하며 대부분의. 미국사람들은 독일의 경우가 한국에도 적용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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