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동물적인 승부 감각, 흑11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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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본선 32강전>○·우광야 6단 ●·서봉수 9단

제9보(108~121)=올해는 10대 세상이었지요. 1996년생인 판팅위가 응씨배에서 우승한 것도 올 3월입니다. 이창호(38) 9단과 창하오(37) 9단 같은 불세출의 천재들마저 2선으로 밀려났어요. 놀라운 기록도 있습니다. 53년생인 조훈현 9단은 실제로는 52년생인데 그는 만 49세던 2001년 삼성화재배와 후지쓰배 두 개의 세계대회에서 우승했지요. 다시 깨기 힘든 기록입니다. 또 그의 실전 스승인 후지사와 슈코 9단은 92년 만 67세 때 일본 국내 기전에서 우승했어요. 고목나무에 꽃이 피지 않는다는 게 자연의 법칙이자 승부 세계의 법칙입니다만 그런 섭리를 뛰어넘는 사람들도 없지 않았던 겁니다. 서봉수 9단이 응씨배에서 우승한 것도 만 40세 때였지요.

 지금 우광야 6단, 108, 110으로 돌파를 시도하고 있는데요, 여기서 111이라는 깜짝 놀랄 좋은 수가 등장했습니다. ‘참고도’처럼 흑1로 단순히 차단하면 백4로 끊는 수가 성립합니다. 10까지 선수한 뒤 비로소 12에 끊으면 생각보다는 흑이 매우 곤란해지는 거지요. 111을 보며 서봉수 9단의 동물적인 승부 감각이 여전하다는 점에 저절로 감탄사가 나오는군요.

 돌파에 실패한 우광야 6단은 완전히 코너에 몰리고 말았습니다. 113에도 패를 받은 것은 114 자리, 이런 머리를 한 대 맞기만 해도 바둑이 끝장이기 때문입니다. 이기는 길이 100가지쯤 되는 서 9단은 이제 이기는 길이 너무 많아 고통입니다(115, 118, 121=패때림).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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