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지식] 세계를 움직이는 유대인, 그 비밀이 궁금하다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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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00명의 특별한 유대인
박재선 지음
메디치미디어, 562쪽
2만1000원

“어, 이 사람도 유대인이었어? 저 사람도? 그 사람도!”

 이 책이 자아내게 하는 탄성이다. 미국 노동운동의 대부 곰퍼스부터 사학자 에릭 홉스봄까지 등장 인물 100명은 세계를 움직였고 세상을 변화시켰다. 이 책은 1600만 명에 불과한 유대인이 세계를 지배한다는 ‘과장’이 진실에 가깝다는 것을 입증한다.

 서점에 가면 유대인을 다루는 굵직굵직한 책이 생각보다 많이 나와 있지만 이 책에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차별성이 있다. 우선 562쪽에 달하는 분량이라 지적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동시에 한 인물 당 4~5쪽 분량이라 내용 소화도 쉽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 한 인물씩 알아가다 보면 유대인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은 웬만큼 다 알게 된다. 유대인 창의력의 원천, 미움을 사는 이유, 노벨상을 독차지하는 비결 같은 것 말이다.

 이 책은 초급·중급·고급 독자들을 모두 만족시킬 만하다. 반(半)학술적(semi-academic) 성격 덕분이다. 학술형의 고급 독자들은 이 책이 40여 년 동안 축적된 방대한 1차, 2차 자료의 산물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박재선은 1970년대 초 프랑스에서 공부한 외교관 출신이다. 기회 있을 때마다 유대인들을 인터뷰한 그는 브랜다이스대 초빙교수 자격으로 중동·유대 문제를 연구했다. 유대인 문제에 대해 『유대인 파워』(2010) 등 세 권의 책을 이미 냈다. 이 책의 원천인 ‘유대인 이야기’가 중앙SUNDAY에 연재됐을 때에는 대중친화적인 가독성(可讀性)을 인정받았다.

 아쉽게도 교열의 오류가 발견된다. ‘개종 유대인’에 대한 괄호 속 알파벳 표기가 22페이지에는 ‘Marrano’, 26페이지에는 ‘marano’로 돼 있다. 캘리포니아공대(Caltech)를 ‘Caltec’이라 표기한 것, 비운의 칠레 대통령 살바도르 아옌데를 ‘살바토레 아옌데’라고 한 흠이 눈에 뜬다. 그렇다고 책의 가치를 크게 훼손하는 정도는 아니다.

 이 책의 개정판에는 전체를 아우르는 결론이 있으면 좋겠다. 초판에서 결론을 대신하고 있는 마지막 21장의 제목은 ‘한국과 각별한 인연을 맺은 유대인’이다. 이 책은 한국과 같은 배에 타는 유대인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 것, 또한 ‘유대인들과 인연이 깊은 한국인’도 많이 나와야 한다는 결론을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그 점만 봐도 『100명의 특별한 유대인』은 매우 성공적인 책이다.

김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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