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뚜렷한 "개인외교"|보수파 기자가 본 북경회담 뒷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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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편집자주】다음 기사는 현재 북경에 체재중인 보수파 「칼럼니스트」인 「윌리엄·버클리」의 글이다. 「닉슨」대통령은「버클리」와 「애시브루크」의원 등으로 대표되는 공화당내의 반발적인 보수파들을 무마하기 위해「버클리」를 북경 행 보도진에 선발했다. 이 기사는 외곬의 우파들이 아직도「닉슨」대통령의 중공방문에 불만이며 비판적인 사실에 대한 전형적인 케이스이다.
【북경=윌리엄·버클리 기】나는 환영연에서 개인외교를 목격했다. 이는 별 효과는 없겠지만 어쨌든「닉슨」대통령은 애를 썼다는 점만은 시인해 두자.
커다란 연회장에서 누구나 다 그를 볼 수 있었지만 나만은 20야드 가량 떨어져 자리잡았기 때문에 「닉슨」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눈여겨보았다. 나는「오페라」용 쌍안경으로 「닉슨」대통령이 연설 후에 주은래 및 같은 테이블에 앉은 4명의 중공관리와 축배를 들기 의해 술잔을 들어올리는 것을 보았다.

<닉슨 아니면 불능>
그때「닉슨」대통령은 비밀경호원은 물론 누구나 다 아연할 정도로 의도적으로 옆의 세 테이블로 걸어가 중공관리들과 하나하나 인사를 나누었다. 허리 굽혀 인사하고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건배하는 대통령의 정성어린 얼굴은 땀으로 불 그래 상기돼 있었다.
대통령의 표정은 존엄하고 자신의 원대한 목표의 정당성에 자신만만해 보였다. 노장성과 인민위원·정치인 등 20여명의 중공 인들은 처음에 대통령이 가까이 찾아오는데 놀라고 또 그처럼 열심히 자기들에게 은근한데 대해 놀라는 것이 역 연했다.
모택동의 극성스러운, 부하들이 연회에 이처럼 많이 모였던 일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닉슨」대통령이 북경공항에 도착했을 때의 그 유명한 영접에서 의장대는 마치 검역관리들처럼 쌀쌀히 행동했다. 뿐만 아니라 북경으로 들어가는 연도도 한산하기 그지 없었다. 이를 선의로 받아들여 호도 할 수 있다면 그 좋은 예를 여기서 찾아볼 수 있다.

<공산식 사고 부동>
「닉슨」대통령은『유례없는 호의』를 주은래에 감사하며 연설을 시작했다. 비꼬기 잘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는 큰 파문을 일으켰겠지만「닉슨」대통령 같은 사람은 이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능히 해냈던 것이다.
그는 미국과 중공이 평화를 향해『대장정』을 벌일 것을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위난에 처했을 때 중공은 미국과 나란히 이에 대처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주은래가 말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는 모택동과 주은래 그밖에 모든 사람에게 축배를 들었다. 「닉슨」이「앨저·히스」(주=공산당 비밀당원으로 미국무성에서 근무)를 위해 축배를 들었다해도 나는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주은래는「닉슨」보다는 훨씬 신중했다.
주의 행동은 바로 인민 대 인민이라는 전통적인 공산주의 주장과 일치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미국국민이야 탓할 것 없겠으나 그들의 지도자는 가증할 만한 사람이며, 도대체 어엿한 미국국민이 어떻게「파시스트」나 전쟁 광분 자를 대통령으로 선출하는지 모르겠다는 태도가 그것이다.
「닉슨」을 맞는 주의 발언가운데는 공산주의 이론가에 의해 주의 점수가 깎일만한 귀 절은 한 마디도 없었다. 가령『「닉슨」대통령부처』를 위한 찬양을 해야 할 경우가 있었다고 해도 그는 어디까지나『「닉슨」대통령부처의 건강』이란 말로 대신하는 것이다. 어떤 인사에 대한 직접적인 축배와 그의 건강을 위한 축배는 판이하게 다른 것이다.
끝으로 주은래는『중공인민과 미국국민사이의 우호』를 다짐했으나 이는 사실 아무 새로운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가 말한「우호」란「마르크스」이론이 주장하는 모든 인민들 사이의 우호를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볼 때 우리는 주의 미스가「얄타」에 공산지도자들이 명화와 주권과 자결을「다짐」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을 때「스탈린」이 짓던 미소와 흡사하다는 점을 상기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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