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을 팝니다" … EU 이주는 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2004년 유럽연합(EU)에 가입한 지중해의 섬나라 몰타는 지난 12일(현지시간)부터 65만 유로(약 9억3500만원)에 국적을 팔고 있다. 주신청자의 투자금액과 함께 배우자나 자녀가 1인당 2만5000유로(약 3600만원)만 추가로 내면 가족이민이 가능하다.

 일단 몰타 국민이 되면 EU 28개국 내 어디라도 정착할 수 있다. 유럽에서의 자유 통행을 보장하는 솅겐조약 혜택이 따라온다. 일정 기간 거주 등 다른 조건은 없다.

 몰타처럼 ‘여권 판매업’을 하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고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이 13일 전했다. 구매자들의 목적은 절세, 해외 여행 자유, 제2 국적 취득 등 다양하다. 단순히 경치 좋은 곳에서 편히 쉬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대행사들도 성업 중이다.

 몰타와 같은 EU·지중해 국가인 키프로스의 국적 취득 비용은 조금 더 든다. 올해 초부터 300만 유로 이상 투자자는 키프로스 여권을 받을 수 있다. 올해 3월 키프로스에 대한 EU의 구제금융 지원 결정으로 자국에 투자해 300만 유로 이상의 예금 손실 피해를 본 외국인도 마찬가지다. 보상 차원이다. 키프로스에는 러시아 투자자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독립한 지 7년밖에 되지 않는 발칸반도의 소국 몬테네그로는 국적을 50만 유로에 팔고 있다. 쿠데타로 하야한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는 호텔업에 투자해 몬테네그로 여권을 받았다.

 따뜻하고 이국적인 나라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중미 카리브해 국가로 눈을 돌린다. 푸에르토리코 동쪽에 있는 세인트 키츠 앤드 네비스는 경제진흥펀드에 25만 달러(약 2억7000만원), 부동산에 40만 달러 이상 투자하면 국적을 얻을 수 있다. 소득세가 면제되며 130개 국가를 비자 없이 여행할 수 있다.

한경환 선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