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회담·11월 선거를 계산한 포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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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닉슨」 8항목제안은 11월의 대통령선거를 강하게 의식한 재선전략 일환의 색채가 농후하다.
이미 철군을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전당사자 쌍방간의 합의 후 6개월 안에 포로석방과 병행, 미군·연합군의 철수와 「베트콩」도 참가할 수 있는 새 대통령선거 등을 제안한 점은 월남전처리에서 종래 보다 꽤 전진적인 자세를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월남전 해결에서 초점이던 미군철수시한을 명시하지 않은 점으로 보아, 즉각 「하노이」측의 긍정적 반응은 기대할 수 없겠으나, 합의 후 6개월이라는 모호하나마 시한 같은 것을 제안한 사실은, 신축성 있는 협상의 여지를 남겨놓은 셈이다.
미군포로 석방문제를 좌우할 미군철수 시한을 이 정도만이라도 제안했다는 것은, 대통령선거에서 커다란 쟁점으로 등장할 포로석방 문제에 관련한 민주당의 공격을 상당히 거세할수 있다는 심산이 숨어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노이」가 「닉슨」안을 거부하면 그는 『최선의 노력은 다했지만 「북쪽」의 거부로 실현되지 못했다』는 구실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2월의 북경회담을 앞두고 월남전 처리를 위해 「하노이」에 대해 중공이 조금이라도 협조적인 작용을 하도록 하기 위해 미국측으로서는 최대의 성의를 보인다는 저의도 간과될 수 없다. <이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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