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9) 「손을 머리에 얹기」와 입시|김종은<성모병원 신경정신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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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입학시험 계절이다. 요사이 보도사진을 보면 한 어린 수험생이 순경의 손목을 잡고서는 시간을 맞추느라 필사적으로 운동장을 달리는 광경이 있는가하면 어느 한장의 사진보도는 나의 마음을 온통 분노에 가까운 우울감에 잠기게 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죄수나 전쟁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포로모습 그대로의 광경이다. 사진설명에 의하면 문제지를 받아놓고 시험이 시작되는 종소리가 나기까지 학생들이 취하여야 된다는 자세라는 것이다. 굳이 두 손을 머리 위에 갖다놓고 마주잡아야 하는 모습하며 게다가 제복·빡빡 깎은 머리 등이 마치 포로가 아니냐고 착각하기 쉬운 자세이다. 도대체 왜 이런 식으로 우리의 젊은이를 다루어야할까? 나는 아무리 생각하여도 납득이 가질 않는다. 만약에 한두 학생이 저지를지도 모르는 부정을 막기 위한 전체 수험생에 대한 강요라면 그런 사고방식은 권위와 강압이란 구태에서 탈피 못하였다는 점에서 아주 곤란한 것이다. 더구나 입학시험이란 하나의 학생으로서는 꼼짝 못하게끔 되어있는 입장에다 이런 방법을 적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비교육적인 것이 없다고 본다. 그들은 지난 1년 동안 부모의 온갖 정성과 후원 속에서 영예의 합격을 노리는 당당한 전사들이다. 어째서 시험관들은 그들 스스로와 제자들을 그렇게도 못 믿어야 할까. 이런 모습도 암암리에 점수 따기 교육위주의 결과라면 과연 과장된 표현일까? 시험을 포함한 일체의 교육에는 교사의 권위에 앞서 믿음(trust)과 이해(understanding)가 우선되어야하며 그렇지 않고 이런 식으로 우리의 교육이 진행될 때 우리는 언제나 우리의 2세들로부터 반항과 불신의 소지를 우리교육자들 스스로가 부식시켜주는 결과를 자초하는 것이라면 과연 과장된 표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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