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숙 해치는 졸업「해프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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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졸업「시즌」이 막바지에 이른 요즘 탈선학생들이 많아 교사와 학부형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른바 졸업식 「해프닝」-. 교복을 찢고 밀가루를 뿌리고 더러는 「잉크」를 머리에 붓는 일도 있고 얼굴에 「보디·페인팅」을 하며, 흉측한 낙서로 경건해야할 학교안팎의 분위기를 어지럽히고있다.
13일에 있은 H고교의 졸업식에서는 몇몇 졸업생들이 머리에 검은「잉크」를 서로 들이부었다.
한 학생은 「잉크」대신 막걸리를 다른 친구에게 부어주고 있었다.
S고교에서는 졸업식이 끝난 다음 교정에서 일부학생들이 입고있던 교복을 서로 찢었다. 처음에는 교복상의를 쭉쭉 찢다가 나중에는 갈기갈기 찢어 벗어버리고 가슴에 달았던 꽃을 얼굴에 가리고 그 위에 밀가루를 흠뻑 뿌렸다. 어떤 학생은 얼굴에 그림을 그렸다.
교사들이 타일렀으나 『이젠 졸업했다』면서 말을 듣지 않아 학교측은 할 수 없이 2학년 태권반을 동원, 힘으로 제지하는 소동을 벌여 학부형들이 혀를 찼다. 졸업식이 있는 날 학교앞길은 꽃장수로 초만원을 이뤄 Y고교의 경우는 꽃수와 함께 꽃가진 학부형의 출입을 제한했다. 그러나 역효과를 내어 교내 안팎이 시끄러웠다.
졸업식에 참석하는 학부형들은 어째서 막느냐고 제지하는 「보이·스카우트」단원과 밀고 밀리는 승강이를 벌였다.
졸업식장에는 이외에 낙서가 어지럽다.
H고교의 경우에는 졸업을 「축 출감」이라고 비꼬는 낙서가 붙는가하면 「고달픈 실업자가 되련다」는 자학적인 낙서도 있었다.
K여고의 졸업식에는 「엄마 앞에서 짝자꿍-이렇게 가르치는 것이다」는 등 낙서도 있었다.
재작년보다는 훨씬 줄어들었으나 아직도 목에 화환을 걸고 시가를 행진하는 졸업생도 보였다.
학부형들은 졸업식이 이래서야 되겠느냐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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