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 응원에 소란한 경기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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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내 어느 경기장에 그렇게 많은 자가용차가 붐비고, 선수들은 또 뜨거운「코피」를 마음대로 마실 수가 있을까.
국민학교 빙상대회는「링크」안에서 벌어지는 꼬마「스케이터」들의 묘기보다는「링크」밖에 있는 부모들의 응원이 더욱 맹렬. 따라서「스케이트」장 주변은 선수와 부모들 때문에 일대 수라장을 이룬다.
금년 들어 열린 국민학교 빙상 대회는 서울시 대회와 전국 학교 대항 대회 두 개뿐.
그러나 두 대회 모두 부모들의 지나친 응원 때문에 꼬마들의 대회라기보다는 어른들의 대회로 그치고 말았다.
대회 당일 가장 이색적인 것은 1백여 대에 달하는 자가용.
서울시 1류 사립학교 선수들을 태운 이 자가용차가 태릉「스케이트」장에 닿으면 드디어 부모들의 맹렬한 응원이 시작되는 것이다. 『힘내라, 달려라.』 이 정도의 응원은 보통, 하지만「링크」밖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다가 넘어지는 부모에 1등으로「골·인」했다며 『만세』를 부른 부모, 여기에 『일등으로 들어왔는데 왜 2등이 되었느냐』면서 심판의 멱살을 잡는 부모 등 부모들의 응원(?)은 극성스러워진다.
영상10도가 넘는 푸근한 날씨에도 모포와「오일·스토브」를 들고 왔는가 하면「오렌지·주스」에 보온병에 담긴「코피」와 우유 등 「스케이트」장이라기보다는 야유회를 연상케 한다. 더욱 부모들의 응원 이외에 월당 2만원을 받는 개인「코치」까지 「링크」밖에서 아우성, 『「래프·타임」45초, 더 빨리 뛰어야한다』며 야단이고 1백여명의「카메라 맨」이 몰려들어 한몫 크게 본다.
이러한 서울의 부모보다는 좀 조용한 편이나 지방선수의 부모들도 마찬가지.
춘천·원주 등 지방선수들이 서울대회에 참가하는 경우 대부분 선수들의 부모들도 원정응원, 태릉선수촌 주변의 민가에서 민박하면서 꼬마들의 역주에 성원을 보낸다.
부모의 응원도, 「스케이트」에 대한 집념도 다같이 좋은 것이다.
그러나 부모들의 집념이나 응원이 지나칠 경우 그 선수의 앞날이 밝은 것만은 결코 아닐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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