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한 核보유 용인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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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대응 한계' 판단…韓·中·日도 동의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현실적으로 막기 어렵기 때문에 미국은 북한의 핵 보유를 받아들이고, 대신 철저한 견제와 제재를 통해 북한의 핵수출을 막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틀고 있다고 미 주요 언론들이 5일 보도했다.

하지만 미 정부의 공식 입장은 북한의 핵개발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어서 보도에 대한 미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할 경우 한국.일본의 핵 무장 여부 등 동북아 정세와 세계 핵무기 관리 체제에 커다란 파장이 예상된다.

워싱턴 포스트는 5일자 인터넷판에서 미 관리와 관측통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과 아시아 국가들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면서 "미 정부는 북한이 핵물질을 다른 나라에 파는 것을 막는 쪽으로 관심의 초점을 옮기고 있다"고 전했다. 포스트는 "일본 관리들도 북한이 핵무기를 생산하는 것을 저지할 수 없다고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관리들은 제한적인 정밀폭격으로 플루토늄 추출 시설을 부술 수 있지만 북한은 알려지지 않은 다른 곳에서 우라늄을 농축하고 있다고 말한다"며 군사적 대응의 한계를 지적했다. 신문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할 경우 러시아.중국.한국 등은 미국과 함께 북한을 고립시키고, 북한이 핵물질을 수출하지 못하도록 강력한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도 5일자 인터넷판에서 의회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 "부시 행정부는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타임스는 "미 관리들이 최근 수주간 이 점에 대해 의회를 상대로 비밀 브리핑을 해왔다"고 밝히고, "행정부 사람들은 사실상 북한의 핵 보유에 대비하도록 의회 사람들에게 말하고 있으며 고립과 견제.제재, 그리고 미사일 방어망(MD)으로 이에 대처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한국 정부 당국자는 "군사 제재가 쉽게 선택할 수 없는 방안이라는 부시 행정부의 신중해진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 3일 14개 미 지역신문과 한 회견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외교적인 해결이 효과가 없으면 군사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가 군사적 해결을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 전투기의 미 정찰기 위협 사건이 발생한 지 이틀 만인 4일 미 국방부는 서태평양 전력 증강을 위해 본토 기지에 있는 B-52 폭격기 12대와 B-1 폭격기 12대를 괌으로 이동배치하는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또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앞으로 정찰기에 전투기를 붙여 호위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고 미국은 정찰 비행을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서울=이영종]joon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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