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2개의 우승트로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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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구연맹(KBL)의 김영기 총재는 5일 동양 오리온스와 KCC 이지스의 전주 경기 결과를 눈이 빠지게 기다렸다. 이 경기 결과에 따라 김총재의 주말 출장길이 달라지게 돼 있었다. 동양이 이기면 김총재는 토요일 울산으로 가야 한다. 여기서 동양이 모비스 오토몬스를 이기고 LG가 창원에서 SBS 스타즈에 지면 동양의 정규리그 우승이 확정되므로 울산에서 시상식을 해야 한다.

만약 동양이 KCC에 지면 김총재는 8일 창원으로 가야 한다. LG가 SBS를 이기고 동양이 모비스에 패하면 LG가 정규리그 패권을 차지하므로 이번엔 창원에서 시상식을 해야 한다.

토요일까지 우승팀이 결정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계획일까. 간단하다. 김총재는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일요일(9일)에는 어느 곳에도 가지 않는다. 대신 이인표 경기위원장과 박효원 사무국장이 원주(TG 엑써스-LG전)와 대구(동양-SK나이츠전)로 출장을 간다. 어느 팀이 됐든 챔피언이 나올 테니까.

이럴 경우에 대비해서 KBL은 창설 이후 처음으로 두개의 우승 트로피를 준비했다. 동양과 LG의 끝을 알수없는 정규리그 패권 다툼은 마치 사진 판독으로 우승자를 가리는 육상의 스프린트 경기처럼 숨가쁜 가운데 생각지도 못했던 고민거리를 KBL에 안겨준 것이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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