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스프리社 보스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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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농산물도 규모의 경제가 중요합니다. 소농 수준으로는 가격 경쟁력을 갖기 어렵습니다."

지난달 26일 한국을 방문한 제스프리 인터내셔널의 더그 보스(53) 회장은 "농민들도 돈은 시장에서 나오는 것이지 정부 보조금이나 세제혜택을 통해 버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스프리는 뉴질랜드에서 생산되는 대표적인 키위 브랜드다. 세계 70여개국에서 연간 6천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보스 회장의 이번 방문은 남제주군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귤 가격이 폭락해 수지를 맞출 수 없게 된 제주도민들이 대체작물로 골드 키위를 재배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방한 기간 남제주군 군수.농가 대표 등을 만나 제스프리 골드 키위 재배에 대한 각종 현안을 논의했다. 보스 회장은 현재 한국 농민들의 상태가 1980년대 뉴질랜드 키위 농가들과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80년까지 뉴질랜드 농가는 정부 보조금이 빚이 되고, 빚이 다시 빚을 낳는 악순환에 허덕였습니다. 81년 정부가 농가보조금을 전액 삭감한 뒤 모든 농가가 출혈 경쟁에 돌입했고 88년 제스프리가 설립될 때까지 제품을 팔수록 손해가 늘어가는 상황이었습니다."

제스프리 인터내셔널은 출혈경쟁으로 어려움을 겪던 당시 키위농가들이 제스프리라는 브랜드로 공동 판매를 시작하면서 만든 회사다. 2천6백여개 농가들의 수익을 공동으로 관리하면서 제스프리 키위의 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역할도 한다.

그는 15년 가까이 수많은 키위 농가들의 이해 관계를 조율하고 수익을 배분하는 과정이 큰 잡음없이 이뤄졌던 비결로 투명한 회계관리와 철저한 제품 관리를 꼽는다.

"판매한 키위에 이상이 발견되면 그 키위가 어느 농가, 몇번째 줄에서 생산된 것인지를 추적해 원인을 규명하고 개선합니다. 또 판매와 수익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회원 농가들의 동의를 받습니다."

보스 회장은 "제스프리의 다음 과제는 사계절 내내 전세계에 신선한 키위를 공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질랜드 키위의 출하 시기는 5월부터 11월까지인데, 12월부터 4월까지 출하할 수 있는 북반구의 재배지를 물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일부 국내 농가가 불법적인 경로로 제스프리 묘목을 구해 재배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제프스리 골드 키위는 세계적으로 등록된 특허품"이라고 강조하는 그는 "현재 제스프리 키위를 생산하고 있는 농가들은 나중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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