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감시 위성 우리가 감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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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우리를 엿보는 첩보위성들을 찾아내겠다는 젊은이들이 있다.

경희대 우주과학과 대학원 및 학부과정 학생들로 구성된 인공위성 추적.감시 연구팀이 그들. 김상준 교수가 지도하고 있으며,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인 이동규(39) 공군 소령이 최고참이다.

목표는 한반도 상공을 지나는 수많은 위성들이 어느 나라의 무엇을 하는 것인지 모두 알아내는 것. 지금은 매일 몇대의 스파이 위성이 하루에 몇차례 우리 하늘을 가로지르며 한국을 정찰하는지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위성 추적.감시 연구는 1999년 시작했다. 그간 위성의 궤도를 계산해 천체망원경이 자동으로 위치를 추적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또 높이 6백㎞ 이상에 있는 고(高)궤도 위성 1백여개를 관찰해 수많은 자료를 쌓았다. 이를 잘 활용하면 처음 보는 위성도 어느 나라의 것인지,통신.정찰.과학관측 중에서 어떤 일에 쓰는 것인지를 알아낼 수 있다.

고궤도 위성은 천체 망원경으로도 작은 별처럼 보인다. 그런데도 국적을 알아낼 수 있는 것은 나라마다 위성의 재질과 표면에 바른 화학물질이 다르기 때문.

이런 정보는 위성이 반사하는 태양 빛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이 빛을 분석하면 국적도 알 수 있다.

또 인공위성의 모양에 따라서도 반사하는 빛의 세기 등이 다르므로 통신 위성인지, 고성능 카메라가 달린 첩보위성인지 판명하는 것이 가능하다.

연구팀이 관측하는 장소는 경희대 수원캠퍼스 자연과학관 옥상. 위성 감시용 천체망원경은 물론 관측 건물도 스스로 만들었다. 연구팀 박찬(석사 1학기)씨는 "난생 처음 벽돌 져 나르는 것과 미장일을 해봤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스파이 위성을 잡아내지는 못했다.이를 위한 본격 연구는 올해 시작됐다. 그간 고궤도위성 위주였는데, 첩보위성들의 영역인 저궤도로 방향을 바꿨다.

저궤도 위성은 훨씬 빨리 움직여 잡아내기가 힘들다. 일단 고궤도 위성을 상대로 기초 실력을 쌓은 뒤 첩보위성의 영역인 저궤도 쪽으로 차근차근 수순을 밟아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동규 소령은 "위성의 모든 정보를 캐내는 것은 현재의 연구 규모로는 벅차다"면서 "첩보 위성들로부터 나라의 기밀과 안전을 보호하는 데 이용될 수 있는 연구인 만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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