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와「따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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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봄에 이곳으로 이사를 와보니 이제 하나 둘 집들이 들어서는 신흥주택지가 되어서인지 집집마다 개가 없는 집이 없다. 어떤 집은 두 마리씩이나 있어 어쩌다 이웃집에 가려면 여간 걱정이 아니다. 옆집에도 사슴과 같이 생긴 귀여운 강아지 「따루」가 있는데 우리 네 살 짜리 민수가 나가면 반갑다고 잘 따라 다니는데 민수는 도리어 무서워서 곧잘 울고 들어온다.
낮에도 밖에서 놀던 민수가 자지러지게 놀라는 소리에 나가보면 「따루」가 쫓아오다 도망간다. 민수는 한참 울면서『따루 무서워』한다. 나도 어려서부터 개를 무서워했는데 지금도 개만 보면 무섭다. 어쩌다 귀엽다고 생각되는 개도 옆에 가면 물 것 같아 피해 다닌다. 생각해보니 우리 집에서는 개를 길러본 적이 없어 개에 대한 정이나 사랑이 조금도 없어서 그렇다고 생각되면서도 개를 기를 생각은 상상도 해볼 수가 없다.
나는 여학교 다닐 때「눈물어린 포옹」이란 영화를 보고 주인공소년의 송아지에 대한 사랑이 나중에 소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 애쓰는 것을 보고 얼마나 감동되었는지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가만히 생각하면 나는 개를 기를 생각을 했다고 그렇지, 개를 기르자. 귀여운 강아지를 얻어다 어려서부터 개에 대한 정과 사랑을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하자. 강아지와 함께 민수도 자라면 이다음 큰 개가되어도 무서워하지 않고 귀엽게 쓰다듬어 줄 수 있겠지. 내일부터라도 좋은 강아지를 구해야겠다고 생각하니 나도 개에 대한 정이 싹트는 것 같다. 고예정(서울 서대문구 신사동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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