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체온증 땐 설탕물·꿀물이 도움 … 술은 증상 악화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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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의 계절이다. 건강 전문가들은 등산을 ‘종합운동’이라 말할 정도로 예찬한다. 심장·폐의 기능을 좋게 하고 관절의 유연성과 근력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충분한 준비나 사전 지식이 없으면 오히려 등산이 독이 될 수 있다. 가을 등산, 건강하게 즐기는 법을 알아봤다

내리막선 스틱으로 무릎 관절 보호
등산 전 스트레칭은 필수다. 산을 오르내리며 관절과 근육에 끊임없이 부담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경희의료원 정형외과 정덕환 교수는 “대개 아침에 관절·근육이 경직된 상태에서 등산을 시작한다”며 “스트레칭은 근육과 인대의 가동 범위를 늘려 부상 위험과 근육통을 줄인다”고 말했다. 등산 시 많이 사용하는 종아리·허벅지 근육을 충분히 풀어줘야 한다.

오르막길을 오를 때는 상체를 약간 앞으로 구부린 자세가 좋다. 발이 땅에 닿을 때 무릎을 완충작용 하듯 살짝 구부렸다 펴주면 관절과 근육에 충격을 덜 준다. 정 교수는 “처음 20~30분은 마치 엔진을 달구듯 서서히 올라야 금세 지치지 않고 부상 위험이 적다”고 말했다

등산 안전사고는 대부분 하산 중에 발생한다. 체중의 3~5배나 되는 하중이 무릎 관절에 실리기 때문이다. 특히 허벅지 근육이 부실한 사람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이때 등산용 스틱(지팡이)을 사용하면 무릎 관절을 보호할 수 있다. 스틱은 손목걸이 밑에서 위로 손을 넣어 감아 쥔다. 오르막길은 스틱을 짧게 조절하고, 내리막길에는 몸이 앞으로 쏠리므로 길게 조절해 준다.

애초에 등산을 피해야 하는 사람이 있을까. 정 교수는 “가벼운 등산은 어느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는다. 다만 자기 능력의 범위를 넘어서게 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퇴행성관절염 환자도 급경사를 피하고 오르막길을 천천히 걸으며 적당히 움직이면 등산이 좋은 관절 운동이 될 수 있다.

당뇨 있으면 식후 1~2시간 뒤 산행을
물론 특정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심장혈관내과 김종진 교수는 “고혈압·심혈관질환자는 등산 시 심장이 부담을 느끼고 혈압이 급격히 올라갈 수 있다. 혈관 내 콜레스테롤이 파열될 위험이 높다”고 조언했다. 험한 산길을 무리하게 오르면 고혈압 환자는 뇌출혈·뇌졸중, 심장질환자는 심근경색증이 발생할 수 있다. 휴대용 혈압기를 준비해 최고 혈압이 240mmHg를 넘지 않도록 한다.

당뇨병 환자는 등산 전에 혈당을 체크한다. 저혈당이 오면 현기증·구토·의식불명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식전 운동은 저혈당을 초래하므로 식후 1~2시간 이후나 인슐린을 주입하고 1시간 지난 후 산행을 시작한다.

요즘같이 일교차가 클 때는 저체온을 주의해야 한다. 체온이 35도 이하로 내려가면 주요 장기 기능이 저하돼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기능성 속옷을 입고 모자·바람막이로 체온을 유지한다. 저체온증이 발생하면 따뜻한 설탕물·꿀물을 마셔 체내의 열을 발생시켜야 한다. 술을 마시면 오히려 남아 있는 에너지를 소모시켜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오경아 기자 okaf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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