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北京서 비밀접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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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취임 전부터 북측과 본격적인 접촉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남북관계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나종일(羅鍾一) 국가안보보좌관이 盧대통령 취임 전인 지난달 20일 베이징(北京)에서 북측 인사와 만나 새 정부의 대북정책을 설명하고 이른 시일 내 남북 정상회담을 열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羅보좌관은 이에 앞서 지난달 7일 유럽지역에서 북측과 접촉, 20일 회동을 약속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羅보좌관은 이날 회동에서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서울을 방문, 대대적인 대북지원을 천명한 새 정부의 대북정책이 힘을 얻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羅보좌관은 특히 오는 5월로 예상되는 盧대통령의 방미 이전에 남북 정상회담을 열고 金위원장이 핵무기 개발 의사가 없음을 천명한다면 새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미국 측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요지의 설명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羅보좌관은 이와 함께 미국 측의 대북 강경기류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남북한 모두 비핵화를 해야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임을 강조했다고 소식통은 밝혔다. 羅보좌관은 새 정부가 과감한 북한 재건계획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추구할 것이며 대대적인 북한 지원 의사가 있음을 설명한 것으로 소식통은 전했다.

정부는 북측과의 접촉 계획을 미국 측에 사전 통보했으며, 盧대통령의 취임식이 있던 지난달 25일 盧대통령 취임 축사로 방한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에게도 결과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羅보좌관이 베이징을 방문한 시점에 북측에서는 전금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18일부터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羅보좌관이 접촉한 북측 인사는 全부위원장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羅보좌관은 4일 회동 사실을 묻자 "조금이라도 얘기할 시기가 있는데 지금은 아니다. 지금 확인해 줄 수 없다. 이상한 일을 한 건 아니고 반드시 가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일"이라고 말했다.

오영환.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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