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오늘밤, 운명의 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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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채태인이 대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6차전 6회 말 역전 투런홈런을 터뜨린 뒤 동료들로부터 격렬한 축하를 받고 있다. 채태인은 6차전 최우수선수(MVP·상금 100만원)에 선정됐다. 삼성은 7회 말 박한이가 스리런홈런을 날려 승세를 굳혔다. [대구=뉴스1]

오후 6시 대구구장 기온은 섭씨 17.6도였다. 해가 떨어지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지만 그라운드는 오히려 점점 뜨거워졌다. 삼성과 두산은 홈런 네 방을 주고받으며 화끈한 타격전을 벌였다.

 삼성이 31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KS) 6차전에서 6-2 역전승을 거뒀다. KS 1·2·4차전을 내줬던 삼성은 3·5·6차전을 이겨 시리즈 전적 3승3패를 만들었다.

 벼랑 끝에 몰린 삼성은 ‘내일이 없는 야구’를 했다. 선발 밴덴헐크가 1회부터 흔들리자 배영수·차우찬 등 등판 가능한 모든 투수를 쏟아냈다. 초반 리드를 두산에 빼앗겼지만 삼성은 불펜을 일찍 가동해 두산을 추격권 안에 뒀다. 결국 채태인이 6회 말 역전포, 박한이가 7회 말 쐐기포를 터뜨렸다. 삼성은 KS 대역전극의 불씨를 되살렸다.

 반면 두산은 리드를 잡고도 삼성에 끌려다녔다. 선발 니퍼트가 6점을 내줄 때까지 두산 벤치는 지켜만 봤다. 내일을 지나치게 의식한 전략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패착이었다.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불꽃이 붙었다. 1회 초 선두타자로 나선 두산 정수빈이 밴덴헐크로부터 우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KS 역사상 처음 나온 1회 초 선두타자 홈런. 초반 분위기를 장악한 두산은 최준석과 오재일의 볼넷으로 2사 2루를 만들었다. 밴덴헐크는 손시헌을 유격수 땅볼로 잡고 1회를 넘겼지만 오른팔 근육통으로 2회 배영수로 교체됐다.

 4차전 선발로 나서 2회 1사에서 강판된 배영수는 이날도 구위가 좋지 않았다. 그러나 2회 2사 만루 위기를 겨우 넘겼다. 3회 1사 2·3루에서는 세 번째 투수 차우찬이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두산이 멀리 달아나지 못하자 삼성은 3회 말 진갑용의 2루타와 배영섭의 희생플라이로 1-1 동점을 만들었다.

 두산 최준석은 5회 초 차우찬으로부터 왼쪽 관중석을 넘어가는 비거리 135m 장외홈런을 토해냈다. 이번 KS 세 번째이자 포스트시즌(PS) 6호 홈런. 단일 연도 PS 최다 홈런 타이기록(6개·2001년 두산 우즈)을 세운 최준석 덕분에 두산은 다시 2-1로 앞섰다.

 흐름이 두산으로 다시 넘어왔지만 김진욱 두산 감독은 쐐기를 박지 못했다. 7차전을 계산하지 않고 마운드 총력전을 벌인 삼성과 달리 두산은 선발 니퍼트를 7회 말 2사까지 끌고 갔다. 7차전 선발 유희관을 제외하더라도 핸킨스와 홍상삼까지 아끼느라 삼성의 추격을 허용했다. 삼성은 두산 벤치가 움직이기 전에 홈런포 두 방을 터뜨렸다. 6회 선두타자 박한이의 안타에 이어 채태인이 좌월 역전 투런포를 터뜨렸다. 3-2이던 7회 2사 1·2루에서 박한이는 우월 3점 홈런을 터뜨렸다. 두 방 모두 니퍼트가 맞았다.

 이후엔 삼성이 오히려 7차전을 알뜰하게 대비했다. 투수를 총 8명이나 썼지만 4점 차 리드를 의식해 특급 마무리 오승환을 아꼈다. 그러나 9회 초 2사 1·2루에 몰리자 류중일 삼성 감독도 결국 아홉 번째 투수 오승환을 올려 마지막 아웃카운트 1개를 잡았다.

김식 기자

◆오늘의 한국시리즈(7차전)
 두산(유희관)-삼성(장원삼·KBS·대구·오후 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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