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일치는 하느님 말씀이자 의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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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코흐 추기경은 "WCC 부산 총회가 남북 화해에 도움될 것"이라고 했다. [사진 주교회의]

“교회 일치를 위해 노력하다 보면 그 교회가 속한 사회 전체의 화해와 통합에도 기여하는 바가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이번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 총회는 남북 화해를 모색하는 한국 사회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겁니다.”

 30일 개막하는 WCC 총회 참석차 한국을 찾은 로마 교황청의 쿠르트 코흐(63) 추기경은 ‘교회 일치’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29일 서울 궁정동 주한 교황청대사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다. 스위스 출신인 그는 가톨릭 내 교회 일치 분야의 최고위직이다.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 의장을 맡고 있다. 교회 일치란 교회나 교리 통합을 뜻하지 않는다. 동·서방 교회 분리, 신·구교 분리 이후 분화를 거듭한 수많은 기독교 교회·교단 간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도 핵심적인 가치는 공유하자는 이념이다. WCC는 그 대표적인 실행체다.

 코흐 추기경은 “교회 일치는 하느님의 말씀이자 의지”라고 했다. 그래서 중요하다고 했다. 사랑하는 아들 예수님을 세상에 보낸 게 하느님이 일치를 중시한다는 증거다. 추기경은 “때문에 가톨릭은 2차 바티칸 공의회(1962년)를 통해 만들어진 교령 문헌의 첫 번째 문장에서 교회 일치를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교회 일치에 있어서 어려운 점은 이런 노력의 최종적 목표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아직 도출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가령 가톨릭과 정교회의 경우 85% 교리가 같기 때문에 일치에 관한 가시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지만 개신교의 경우 교리가 서로 다른 교파들 간의 공존이 일치의 목적이라는 것이다. WCC의 일치 노력이 실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운 이유다.

 한편 그는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갑작스럽게 사임한 데 대한 소감을 묻자 “신앙과 양심에 따른 겸손의 표현이었다”고 말했다. “교황으로서 장거리 여행을 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지만 철저한 전통주의자이면서도 가톨릭이 역사적으로 한 발 나가는 계기를 마련해줬다”고 평가했다. 프란치스코 현 교황의 한국 방문에 대해 “아시아를 방문할 테지만 언제, 어느 나라를 방문할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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