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3)초선의원의 고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내가 1주일여에 걸쳐 국회에 등원하여 본 결과 유감스럽게도 시급히 시정되어야할 몇 가지를 직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회운영자체의 모순을 조속히 시정하지 않는다면 국민들로부터 돌이킬 수 없는 지탄이 올 것이라고. 그 내용인즉 모두 9일간의 등원에서 그동안 한일이란 의장단 선거와 국회의원선서 및 각 상임위원장선출 이외에 무엇을 했단 말인가. 그밖에 7일간이라는 것은 사법파동문제로 인하여 매일과 같이 의석이나 지키다 유희나 산회 등의 형식으로 의석을 일어서야만 했으니 이러고서야 무슨 체면으로 달갑게 세비를 받을 수 있으며 국민 앞에 정치를 말할 수 있겠는가. 국회운영의 혁신도 시정의 첫째 조건이라고 단언하고 싶다. 의사일정을 결정하는데 있어 개회시간 2시간 전쯤 양당 총무회담과 운영위원회가 열려야 결정된다는 관례다. 의사일정이 순조롭게 결정되면 좋겠지만 양당이 모두 당략이 있는 만큼 그것이 순탄할 리 만무하다.
그러니 운영위원회가 6, 7시간씩 걸리는 예도 있었으며 의원들은 그 결정을 기다리는데 무료하기 그지없을뿐더러 그러한 비생산적 시간낭비로 국회의원의 책무가 수행될 리 만무하다. 나는 생각한다. 왜 하루 전쯤 설혹 철야를 해서라도 사전에 우선적으로 의사일정을 결정지을 수 있지 않으냐는 것을-. 둘째로 상정된 문제에 대하여 양당의원들은 앞을 다투어 발언을 신청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 나라는 다행하게도 뚜렷이 양당정치를 하고있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의원들의 발언수를 많이 내기보다 몇 사람씩을 사전에 책정하여 종합적으로 의사를 발표케 하고 거의 같은 의사를 중복하는 현실을 피하여야만 하겠다. 낮에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의사당에서 대기하는데 허비하고 밤에는 친목회, 간담회 등등 식으로 친목만을 도모한다고 해서 국사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오늘까지 나의 의원생활을 종합하여 솔직이 표현하면 『대기를 주된 업무로 하고 간간이 가부도 쓰는 직업』이라고 답하는 것이 농담 같은 진담이란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으며 급변하는 세계정세의 흐름에 한국은 어디로 갈 것이며 방향의 제시는 없는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