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단 자위권 행사 때 … 한국, 사전동의권 미에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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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하기로 한 데 대해 우리 정부가 본격 대응에 나섰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5일(현지시간)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과 관련해 “한반도 주권 행사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우리의 입장을 반영해 달라고 미국 측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집단적 자위권은 유엔헌장에도 나와 있는 보통국가의 권리 중 하나”라며 “하지만 집단적 자위권이 확대 해석돼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거나 한국의 주권과 관련된다면 한국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미국 측 인사들에게 강조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과 일본이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개정할 때 이 같은 한국의 입장이 반드시 반영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미 정부에 요구했다”며 “미국 측은 우리 정부의 요구에 대해 ‘이해한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달 초 미국과 일본은 도쿄에서 외교·국방장관 회담을 하고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개정하기로 했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또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주변국들의 의견을 감안해 절제된 형태로 이뤄져야 한다” 고도 강조했다. 그는 과거사 문제와 독도 영유권을 둘러싼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 간 갈등에 대해 “미국 측 인사들과 많은 의견을 나눴다”며 “미국은 한·일 갈등이 한·미·일 협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한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 정가에서는 “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과 관련된 한국 정부의 입장이 공식 회담에서 본격 거론된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관계국들의 이해가 대립하는 사안이어서 좀 더 진행 과정을 지켜봐야 하지만 향후 이 문제는 한·미·일 협력의 틀을 손상시키지 않는 선에서 매듭지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또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하려는 것은 급부상하는 중국의 군사력을 견제하고 북한의 핵 및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따른 국제 정세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 이는 군사적 분담의 성격을 띠고 있기에 미 정부의 양보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7일 자위대 사열식 행사에서 “북한의 대량파괴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 우리(일본) 주권에 관한 도발 등 현실을 감안할 때 일본이 더 이상 멈춰 서 있을 여유가 없다”며 “올 연말까지 집단적 자위권 등 안전보장의 법적 기반 검토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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