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놀이패로 백 대우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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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세계바둑오픈 결승전 제1국
[제8보 (115~143)]
白·한국 曺薰鉉 9단 | 黑·중국 王 磊 8단

백△로 끼워 수가 났다. 118에서 흑은 119에 둘 수밖에 없고 그때 120(△의 곳)에 따내 큰 패가 난 것이다.

흑은 패를 지는 날엔 중앙 쪽 대마가 사망하고 아래 쪽도 한 수 더 두면 잡힌다. 백은 패를 져도 아무 피해가 없다. 그야말로 꽃놀이패다.

121로 팻감을 쓰고 패를 따냈을 때 曺9단은 가벼운 기분으로 124에 젖혔다. 이 정도의 이득만으로도 충분하기에 曺9단은 더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왕레이8단은 지옥에서 부처님 만난 듯 얼른 패를 이었고 이리하여 천지대패는 의외로 슬그머니 끝나버렸다.

그러나 이 판은 이후 상상외의 대변화를 만들어내며 급기야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전쟁터로 변해버린다.

그 지옥도에서 간신히 살아나온 曺9단은 "그럴 줄 알았으면 여기서 끝장을 볼걸"하고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좀더 강하게 패를 쓴다면 '참고도' 백1로 두는 것이다.

이후 쌍방 패를 계속하겠지만 백이 패를 따낸 시점에서 흑은 A와 B, 백은 C와 D에 패가 있다. 흑이 만약 C와 D 중 어느 한패를 받지 못한다면 바둑은 바로 끝장이 난다.

실전도 백은 충분했다.그러나 136이 공연한 손찌검. 137의 반발을 불러 좋지않은 변화가 시작됐다. 136은 그냥 귀를 살아두면 거의 끝난 바둑이었다(120.125=△ 123~117).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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