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동호회] 한국 오라클 '엑스 게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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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답답하고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일부러 극한 상황을 만들어 보거나 한계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느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까.

미국에 본사를 둔 정보기술(IT)업체인 한국 오라클에 격한 '운동'을 하는 동호회가 있다. 모임 이름은 '엑스 게임(X-Game)'으로, 극한에 도전하거나 극단적인 운동만을 찾는 사람들의 사랑방이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21명이 의기투합해 2001년 6월 출발했다. 지금은 식구가 늘어 50명이다. 20개가 넘는 이 회사 사내동호회 가운데 가장 젊다.

"엑스 게임에는 특별한 규칙이나 형태는 따로 없다. 굳이 유일한 규칙을 들라면 스포츠를 하되 과격하고,극단적으로 즐긴다는 것뿐이다. "

동호회장인 박원길(31.컨설팅사업부)씨가 말하는 동호회의 성격은 명료하다. 예컨대 자전거를 타더라도 평범하게 즐기는 것은 것은 피한다는 것이 동호회의 원칙이다. 그래서 자전거로 눈밭을 가로지르거나 험준한 산맥을 오른다. 추운 날씨로 움츠러들 만한 요즘도 엑스 게임 동호회의 스포츠 이벤트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말에도 동호회 멤버들은 얼어붙은 강원도 강촌의 구곡폭포에서 빙벽 타기를 하며 짜릿한 시간을 보냈다. 멤버인 박기윤씨는 "산에서 벌어지는 모험을 그린 영화인 '클리프행어'에서 보았던 것처럼 아슬아슬했지만 정상에 오르니 마음이 뿌듯했다"며 "엑스 게임을 통해 숨은 저력을 발산한다"고 말했다.

동호회 멤버들은 요즘도 주말이면 스노보드.빙벽 등반.스노모빌 등 겨울 종목으로 땀을 흘린다. 지난해 여름에는 번지 점프.묘기 자전거.수상 스키 등으로 보냈다.

엑스 게임 회원들은 매주 금요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며 몸을 푼다.

회원인 윤석훈씨는 "좀 과격하긴 하지만 남녀 비율도 비슷하고, 미혼이 많아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며 "믿기 힘들겠지만 회원 대다수가 술은 별로 좋아하지 않고 성격도 차분한 편"이라고 했다. 동호회가 종종 과격한 모임으로 오인받는 것이 유일한 걱정거리라고 한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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