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원전 확대 백지화, 과연 현실성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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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원자력 발전 비중을 대폭 늘리려던 계획이 전면 백지화될 모양이다. 2차 에너지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민관합동 워킹그룹은 당초 1차 계획에서 2030년까지 전체 전력량의 41%까지 높이기로 했던 원전 비중을 2035년까지 22~29%로 유지할 것을 정부에 제안했다. 대신 전력요금을 대폭 인상하고, 액화천연가스(LNG)와 등유 등 전기 대체연료에 대한 세금을 낮춰 전력 수요를 15%가량 줄일 것을 권고했다. 그동안 늘어나는 전력수요에 맞춰 공급을 늘려온 전력 정책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 전력 공급은 현재 수준을 유지한 채 수요 억제를 통해 전기수급을 맞추자는 것이다. 그야말로 에너지 정책의 대전환인 셈이다.

 원전 비중의 확대는 그동안 전력공급을 늘리는 핵심적인 수단이었다. 석유나 석탄 등 화력발전용 에너지원의 해외의존을 줄이면서 전력수요 증가를 감당하자면 값싼 청정에너지원인 원전의 비중을 높이는 것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논리였다. 그런데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확산되고, 원전 및 송전선로 건설에 대한 지역주민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원전 확대정책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워킹그룹의 제안대로 원전 확대를 중단하는 것은 쉽다. 문제는 그동안 계속 급증해온 전력수요를 과연 줄일 수 있느냐다. 워킹그룹은 전기요금 인상과 에너지 세제 조정을 통해 전력 수요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벌써부터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만일 전력 수요는 줄이지 못한 채 원전 확대만 중단하면 대규모 단전을 포함한 전력대란을 피할 수 없다.

 워킹그룹이 마련한 초안은 각계의 전문가가 참여해 합의한 것으로 앞으로 공청회를 거쳐 정부안으로 확정된다고 한다. 그러나 전문가그룹의 합의가 과연 국민적 합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국민들이 값싼 전기에 대한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원전은 싫다는 이중적인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이 계획은 성사될 수 없다. 결국 관건은 국민들이 에너지 수급의 실상을 정확히 이해하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