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대선공신 발탁을" 청와대 "논공행상 부적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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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에 대한 불만이 여당에서 터져나왔다. 지난 10일 저녁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새누리당 최고위원단과의 비공개 만찬에서다.

 당 지도부는 대선을 도왔던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며 공공기관장 인선에 발탁해줄 것을 요청했다. 유기준 최고위원은 11일 전날 회동 분위기를 전하면서 “전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이 임기가 끝나고도 자리를 지키고 있어 국정 공백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선거에 헌신한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으면 어떻게 다시 도움을 구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정우택 최고위원은 회동에 앞서 10일 오전 공개적으로 “당 대표가 좀 더 적극적으로 대통령에게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지난달 청와대에 ‘기관장 인사 배려자 명단’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핵심 인사는 “지도부가 청와대에 대선에 기여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기관장 인사에서 배려해야 할 인사들의 명단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당이 ‘배려자 명단’을 전달할 정도로 불안감이 표출된 계기는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경질이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허 전 실장이 인사 소외에 대한 당의 불만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교체됐다는 얘기가 당 주변에서 나돌고 있다. 이후 대선 때 직능종합상황실장을 지낸 김선동 정무비서관과 역시 당 출신인 서미경 문화체육비서관이 교체되면서 “대통령이 당과 거리를 두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김 실장은 분명한 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행정 절차가 두 달 가까이 걸려 인사가 늦어졌다. 당의 입장은 이해했고, 인선을 서두르겠다”는 말만 했다고 이혜훈 최고위원이 전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인사 원칙은 오로지 능력과 전문성”이라며 “당에서 인사와 관련해 논공행상을 언급하는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적임자를 뽑는 과정에서 선거에 공을 세운 사람이 포함될 순 있지만, 박 대통령은 선거와 관련해 당에 대한 부채의식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안다”고도 했다.

  김기춘 실장이 최근 당과의 접촉을 강화하는 배경도 이러한 청와대의 입장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실장은 최고위원단과의 상견례(1일)와 10일 만찬을 포함해 지난 2주 동안 여당 의원들과 네 차례 만났다. 이 중 두 번은 검사 출신(9월 26일)과 해군·해병대 출신 의원(7일)으로 해병대 법무관과 검사를 지낸 김 실장의 직속후배와의 회동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민감한 사안은 피하고 자신의 생각을 주로 털어놨다고 한다. 당의 주장을 수용하기보다 청와대 입장을 이해시키는 성격의 회동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한편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은 “새누리당과 정권의 관심은 오로지 논공행상뿐”이라며 “국민들은 먹고살기 힘들어 죽을 지경인데 자기들 잘 먹고 잘 살 궁리만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강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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