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 국화꽃 안약, 나뭇잎에 싼 도라지 알약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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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숲 속 약국 놀이
박정완 글·그림
시공주니어
36쪽, 9000원

책을 가까이서 보다가 눈이 빨개진 토끼에게는 “저 멀리 초록 나무와 파란 하늘도 보아야지요”라며 국화꽃 안약을, 큰소리로 떠들어 목이 아픈 까마귀에겐 나뭇잎에 싼 도라지 알약을 처방한다.

 약사인 엄마는 아이와 놀아줄 시간이 없다. 딸은 혼자 숲 속 떡갈나무 밑에 약국을 차리고 엄마 흉내를 낸다. 욕심쟁이 호랑이는 친구들 약을 모두 차지해 삼키다 목에 걸려버리지만, 그 등을 두드려주며 친구가 된다. 일하는 엄마의 빈 자리가 허전해도, 빈 약병 몇 개만 있으면 그곳이 놀이터다. 아이에겐 늘 흥미진진한 세상, 동화책 속 세상이 주는 처방이다.

 약사로 일하다 뒤늦게 그림책 작가가 된 박정완(50) 씨의 두 번째 책이다. 약사 엄마 손에 큰 딸, 그 딸이 낳은 외손녀를 생각하며 쓴 자전적 얘기다. 그는 첫 책 『아기 쥐가 잠자러 가요』로 2011년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에 선정됐다. 동판화의 섬세한 선, 종이와 천을 이용한 콜라주가 이루는 따뜻한 이미지가 이 ‘원숙한 신인’의 특징이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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