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시리즈와 인연이 없었던 시애틀(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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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리너스의 기적은 물론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이 디비전 시리즈 4차전에서 에드가 마르티네스는 홈런 2방을 포함해서 혼자서 7타점을 올리는 맹타를 휘둘렀는데 이는 1936년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뉴욕 양키스의 루 게릭과 조 디마지오가 뉴욕 자이언츠를 상대로 기록했던 종전 포스트시즌 한 경기 한 선수 최다 타점 기록인 6타점을 무려 59년만에 넘어선 것이었다.특히 마르티네스가 8회말 시리즈의 향방을 매리너스 쪽으로 기울게 했던 양키스의 특급 마무리 존 웨틀랜드로부터 뽑아낸 만루홈런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또한 켄 그리피 주니어는 이 시리즈에서 5개의 홈런을 기록했는데 이는 단일 시즌 디비전 시리즈에서 기록된 가장 많은 홈런이었다.하지만 매리너스는 이런 인상적인 승부에도 불구하고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벽을 넘지 못하며 결국 월드시리즈에의 꿈을 포기해야만 했다.디비전 시리즈에서 양키스를 격파했던 1997년의 인디언스나 올시즌의 애너하임 에인절스가 모두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매리너스가 얼마나 운이 따르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는 것이다.

매리너스의 포스트시즌에서의 불운은 계속되었다.지난 시즌 매리너스는 정규시즌에서 116승을 기록하며 한 시즌 팀 최다승 기록과 타이를 이뤄냈는데 메이저리그 역사상 한 시즌에 110승을 기록한 팀으로서 매리너스는 6번째 팀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그러나 양키스와 맞붙은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매리너스는 1승 4패로 패함으로써 한 시즌에 110승을 기록하고도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한 역사상 최초의 팀으로 기록되는 불운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이제까지 매리너스의 포스트시즌 역사는 정말 불운의 역사로 점철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것이다.

그렇지만 매리너스에게는 이 같은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한 징크스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올시즌 매리너스의 팻 길릭 단장은 스토브리그에서 다른 지구 경쟁팀의 단장들보다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특히 재계약 중점 대상으로 삼았던 4명의 선수인 포수인 댄 윌슨과 지명타자인 에드가 마르티네스,좌완 선발투수인 제이미 모이어,그리고 1루수인 존 올러루드와의 재계약을 모두 성사시켰으며 올시즌 데블레이스에서 올스타로 선발되었던 외야수인 랜디 윈까지 영입하였다.

지금 전력으로 본다면 내년 시즌 매리너스는 큰 전력의 누수없이 시즌을 맞이할 수 있게 된 것이다.특히 1루수인 강타자 올러루드가 앞으로 2년 동안 매리너스에서 더 뛸 수 있게 된 것은 매리너스로서는 더욱 큰 힘이 되고 있다.

1993년 .363의 타율로 아메리칸리그 타격왕을 차지하였던 올러루드는 바로 1992년,1993년 매리너스의 팀 창단 동기생인 블루제이스가 월드시리즈를 제패하는데 주역 중의 한 명이었다.

올러루드가 매리너스에서 뛰게 될 앞으로 2년 이내에 매리너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루게 된다면 매리너스는 같은 해에 창단되었던 2팀 중에서 반드시 한 팀은 월드시리즈와 인연을 맺을 수 없다는 징크스를 극복하게 될 것이며 1950년대 이후에 탄생한 팀으로서 팀 창단 연도가 같은 두 팀에서 모두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하게 될 올러루드라는 최초의 선수를 탄생시키게 되면서 월드시리즈 역사에 명함을 내밀게 될 것이다.

내년 시즌 매리너스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배길태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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