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의 야영 24시 해병대 스키훈련|설한지 작전의 대관령을 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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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스키신고 0.5초 내로 집합-. 물과 물의 용사로만 알려진 해병대가 스키를 신고 눈과 싸우고 있다. ○○○명으로 구성된 해병 설한지 작전○○부대는 작년 12월25일 이곳 대관령의 지르메 슬로프로 이동,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와 눈뿐인 은령 위에서 설한훈련에 한창이다. 효과적인 동계작전을 위해 훈련중인 이 부대는 하루의 일과가 오로지 설상 생활뿐이다.
상오 6시 눈 위에 설치된 야영텐트에서 기상, 그리고 역시 눈 위에서 아침식사를 마치면 그 다음부터는 설한훈련만이 기다린다.
약 15일간 스킨의 기본동작을 배운 부대원은 현재 기동성 있는 이동을 위한 스피드와 테크닉강화에 역점을 두고있다.
따라서 하루의 일과는 15㎞ 이상의 크로스·컨트리와, 그리고 지르메 슬로프에서 실시되는 알파인 기술 습득에 집중되고있다.
또 한가지 중요한 훈련은 단독작전수행을 위한 야영, 눈 속에서 2, 3명이 살아가는 것도 어려운 것인데 부대원이 간신히 만든 3개의 스노홀(설혈)이 지난번 내린 비로 완전 붕괴되는 쓰라린 경험도 있다.
이런 때일수록 귀신 잡는 해병의 관록으로 고난을 극복하고 다시 스노 홀을 만들었다.
부대가 최초로 이곳에 이동했을 당시 스키를 신어본 경험이 있는 장병은 불과 3명, 이러한 초심자들이 이제는 어느 정도 실력이 향상되어 전국체전에 참가한 선수에 결코 못지 않는다는 전문 스키어의 평이다.
『최연장자인 김병태 상사(37)도 처음엔 벌벌 기던데 이젠 몸까지 그럴듯해졌읍니다』라고 말하는 부대장 김종기 중령의 검은 얼굴은 스키도 국방면에서 비중이 크다고 강조한다.
이제는 날쌘 스키 타는 해병으로서 국토방위의 최첨단에서 일하는 것을 보람있게 생각하고있다.
비록 하루의 고된 훈련에도 밤이면 눈 속의 낭만을 즐기며 내일의 승리를 다짐한다.
함북 성진 출생, 해병대소속으로 10년간 선수생활을 해온 김 중령은 『장병 개개인의 성의 있는 훈련과 단결심만 있으면 스키도 국방에 절대적인 도움이 된다』면서 또다시 『스키 벗고 0.5초 내로 집합』하는 구령을 힘차게 내린다. <대관령-이근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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