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세 김철 '그림자 실세'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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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몇 년 동안 그룹 내부에서 많은 문제 제기가 있었다. 그룹 시스템을 동원해 (전횡을) 막았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본지 취재진과 통화를 하던 동양그룹 관계자는 김철(38·사진) 동양네트웍스 대표의 이름을 듣는 순간 곧바로 분통을 터뜨렸다. 평소 그에 대해 가졌던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듯했다.

이 관계자는 “동양시멘트 법정관리, 동양매직 인수자 변경 등 일련의 사태는 모두 그의 작품”이라며 “망신스러운 일이지만 동양 임직원들은 중요한 일이 결정된 뒤에야 뒤늦게 통보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동양그룹 사태의 와중에 김 대표가 그룹의 숨겨진 핵심 실세였다는 증언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그는 한국종합예술학교 출신으로 인테리어와 기업컨설팅·유통업에 종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혜경 부회장이 2007년부터 패션과 조형 분야에 관심을 가지면서 그를 알게 됐고 이듬해 그룹에 전격 영입한 것으로 전해져 있다. 이후 강원도 금진리조트 개발사업과 온천수를 이용한 화장품 제조업을 제안해 현 회장 등의 신임을 얻게 됐다고 그룹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문제는 비전문가인 그가 기업 구조조정 전반을 총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룹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동양네트웍스로의 자산 집중, 동양매직 매각 방안, 동양시멘트의 전격적인 법정관리 신청 등이 모두 그의 작품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양 관계자는 “최근 그의 행적에 대한 부정적 기사들이 연이어 나고 있는데 그룹 내에서 ‘사실이 아니다’며 그를 변호해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며 “그만큼 그에 대한 불만이 큰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막후 실세라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며 최근의 계열사 매각, 법정관리 신청 등 구조조정 방안들은 모두 현 회장이 직접 결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본지는 김 대표와의 통화를 시도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박진석·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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