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경기회복 빨간불, 경제운용 재검토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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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내년에 한국경제의 성장세가 회복되리란 낙관론에 적신호가 켜졌다. 미국 등 선진국들이 내년에는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세계경제의 성장을 견인할 것이란 그간의 기대가 꺾이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선진국들의 경기회복세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 역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내년에 3.9% 성장을 전제로 잡은 세수(稅收) 전망치가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물론, 경기회복의 탄력을 받아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던 고용률 또한 기대치를 밑돌 우려가 크다. 내년에도 실물경제의 회복이 미뤄지면서 재정건전성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조만간 내년도 경제전망치를 발표할 예정인 국내외 주요 예측기관들은 내년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예상보다 미약할 것으로 보고 성장률 전망을 줄줄이 낮춰 잡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내년 한국경제의 성장률도 하향조정이 불가피해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오는 8일 발표할 정기 ‘세계경제전망’에서 우리나라의 내년 성장률을 당초 3.9%에서 3.7%로 낮출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10월 중 수정 전망치를 발표할 아시아개발은행(ADB)도 한국의 성장률을 3.7%에서 3.5%로 하향조정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국내에선 한국은행이 조만간 내년 성장률을 당초 4.0%에서 3.8% 안팎으로 낮춰 잡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전망대로 내년 한국경제 성장률이 3%대 중반에 머물 경우 박근혜정부의 내년 거시경제 및 재정 운용에도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자칫하면 세계적인 성장둔화 속에 한국경제 역시 ‘저성장 구조’에 갇힐 우려가 커진 것이다. 특히 내년에도 성장률이 정부 예상치보다 낮아 세수부족 현상이 빚어지면 각종 복지 지출예산의 재원부족 사태와 함께 다시금 추경을 편성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질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이제는 막연한 낙관론보다는 냉정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내년 경제운용 계획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진단이 정확해야 제대로 처방을 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