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 할아버지, 누렁이 묘 가까이 잠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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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워낭소리`에서 `최 노인` 역을 맡았던 최원균씨와 암소 누렁이. [중앙포토]

2008년 독립영화 ‘워낭소리’에서 ‘최 노인’ 역할을 했던 최원균씨가 별세했다. 85세.

 그는 지난해 11월 병원에서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뒤 1년여 간 투병 생활을 해오다 지난 1일 오후 4시10분쯤 경북 봉화군 상운면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장남 최영두(59)씨는 “2008년 워낭소리에 함께 나온 암소 ‘누렁이’가 죽은 뒤 늘 누렁이 묘 앞에 가서 눈시울을 붉히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다 조금씩 몸이 쇠약해져갔었다”고 말했다.

 영화에서처럼 누렁이는 40여 년 간 최씨와 논과 밭을 갈며 늘 함께했다. 유족들은 “꼭 누렁이와 함께 묻어 달라”는 생전 고인의 뜻을 받아 누렁이가 묻힌 상운면 ‘산정마을’ 공원에 안장하기로 했다. 누렁이 묘에서 40m 떨어진 곳이다. 또 누렁이 목에 달려있던 ‘워낭’도 고인과 함께 묻을 예정이다.

 이충렬 감독이 제작한 ‘워낭소리’는 최 노인이 누렁이를 떠나보내는 모습을 잔잔하게 그려낸 다큐멘터리 영화다. 당시 293만4000여 명의 관객이 이들의 애틋함을 지켜봤다.

 최씨의 별세 소식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트위터를 통해 ‘고인의 명복을 빈다’ ‘영화에서 묵묵히 누렁이와 함께 삶을 가꾸던 모습이 떠올라 슬프다’ ‘숙연한 마음으로 명복을 빈다’고 추모했다. 유족은 부인 이삼순(82)씨와 5남4녀가 있다. 빈소는 경북 봉화군 해성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4일 오전 9시. 054-674-0015.

대구=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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