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과 프런트, 지루하고도 긴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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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LG 트윈스 김성근 감독의 해임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성적은 차치하고서라도 계약기간이 1년남아 있는 상황에서 해임은 옳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또한 이미 신임감독을 내정해둔 상황에서 '자진사퇴'라는 요구를 했던 것으로 알려져 이래저래 감독의 위신만 떨어뜨리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은 오랜역사를 갖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언제나 존재했고,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메이저리그나 한국프로야구나 감독과 프런트가 사이가 좋았던 때는 한쪽이 전혀 모를때다. 야구를 몰랐던 프런트나 구단주들은 야구단의 운영을 감독에게 일임했고, 다툴일은 많지 않았다.

이같은 시대를 살았던 명감독들은 존 맥그로, 코니 맥등이다. 맥그로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고, 구단주는 스타감독에게 의존했다. 맥의 경우는 자신이 구단주며 감독이었다. 프런트와 마찰은 전무했다.

그러나 프런트들이 조금씩 야구를 알아가면서, 감독과의 마찰은 피할 수 없었다. 가장 맹렬히 싸움을 벌인 감독은 '싸움꾼'으로 악명높은 빌리 마틴이다. 마틴은 옮기는 팀마다 우승에 근접한 전력으로 만들어 냈으나, 영광의 시간은 길지 못했다. 마틴은 코칭스태프 선임과 선수수급에 관해 단장과 구단주와 알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마틴은 미네소타 트윈스를 맡아 전년도 7위를 1위로 끌어올렸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는 3시즌동안 4위-2위-1위로 끌어올렸고, 중도해임됐다. 텍사스 레인저스도 꼴찌에서 2위로 끌어올리는 수완을 발휘했다. 그러나 모두 구단과의 마찰로 팀을 떠났다.

마틴이 빚은 마찰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현대의 야구와 다르지 않다. 국내건 국외건 간에-. 첫 째는 선수평가에 대한 것이다. 감독은 트레이드를 통해 팀 전력 강화를 요구한다. 그러나 단장과 구단주는 자체 팜시스템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감독의 입장으로서는 마이너시스템에 5년, 10년후에 40홈런 100타점을 칠 수 있는 타자가 있다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장 기용해서 쓸 수 있는 20홈런타자가 더 절실하다. 무엇을 보느냐에 따른 것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프런트가 더 앞서나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감독은 당장의 성적으로 운명이 갈린다.

둘째는 코칭스태프의 인선에 관한 것이다. 어느 감독이나 자신과 잘맞는 투수코치-타격코치등 일사분란한 조직을 구성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칭스태프를 해임하는 것은 감독을 등떠미는 첫 걸음이다.

김성근 감독의 경우와 같을지는 모르지만, 메이저리그가 사장-단장-감독등 확실한 역할분담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시기의 보편적인 감독해임 수순은 다음과 같다.

좋은 성적을 올린 감독이 구단에 자신의 의사를 피력한다(발단)-구단은 감독의 주장을 묵살하고 따를 것을 종용한다(전개)-구단과 감독사이의 불화가 싹트며, 감독의 손발같은 코칭스태프와의 계약을 하지 않는다(절정)-감독을 해임한다(결말).

Joins 유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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