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시즌리뷰 (3) 두산 베어스

중앙일보

입력

2년생 징크스, 우승 후유증. 프로 스포츠에서 자주 사용되는 말인데, 두산은 그동안 2차례 우승을 하면서 겪었던 아픔을 지난 시즌 3번째 우승과 함께 날려 버리겠다고 야심차게 출발했다.

시즌 후반기에 들어설 때까지는 4강 진출이 유력해져 올 시즌에는 달라질 거라고 생각됐다. 그러나 막판 서울 라이벌 LG 트윈스의 추격에 맥없이 무릎을 꿇었다.

두산의 자랑거리는 잠실구장이라는 매머드 경기장에서도 홈런포를 가동하는 가공할 타선을 가진 특징을 갖고 있다. LG가 소총부대에 의한 경기를 펼친다면 두산은 말 그대로 결정타 한 방으로 끝을 낸다.

130개의 홈런을 기록할 만큼 파괴력 있는 공격력을 선보였지만, 우즈와 심재학이라는 중심타선의 부진이 지난 시즌과 크게 달라진 부분이었다. 김동주가 부활의 나래를 편 것과 달리 김동주의 앞뒤에서 힘을 실어주던 선수들의 부진은 팀을 어렵게 만들었다.

또한 공격의 첨병이자 도루왕 정수근이 최악의 시즌을 보낸 것은 중심타선이 나홀로 싸워야 하는 어려움을 갖게 했다. 두산의 승리 공식은 정수근-장원진의 1,2번의 출루 이후 우즈-김동주-심재학이 홈으로 불러들이는 방식이었다는 점에서 두산이 어렵게 풀어갈 수 밖에 없는 원인이었다.

지난 시즌과 달라진 것은 비단 타격만이 아니었다.

투수력도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투수력은 오히려 나아진 한 해 였다. 레스-박명환-콜. 이렇게 선발 3인방이 42승을 책임지며 몇 년간 두터운 미들맨으로 버텨왔던 팀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었다.

그러나, 선발진이 살아난 것과 달리 올 시즌에는 미들맨이 부진하면서 고전했다. 이혜천, 차명주, 이상훈등이 팔이 빠져라 던졌지만, 조기에 무너졌고, 뒷문지기 진필중이 상대적으로 활약할 기회도 적었고다. 진필중은 시즌 초반 소방수의 역할을 못하면서 미들맨 붕괴에 기름을 부어주었다.

비록 미들맨과 진필중의 부진이 있었지만, 방어율에서 0.01차이로 3위를 기록했고, 팀 최소 피홈런을 기록할 만큼 투수력을 놓고 본다면 두산이 탈락한 원인을 찾기 어려울 만큼 두산은 공격력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불균형이 드러날 정도의 큰 차이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 선발 10승투수 1명 없는 가운데 우승을 차지했던 저력을 감안하면 미들맨들의 부진을 절감해야 했다.

하지만, 투타의 불균형보다 두산의 발목을 잡은 실제적인 문제는 기아와 SK에게 절대약세를 보인 것이다. 기아와 SK에게 11승2무25패라는 참담한 성적표는 두산의 마음을 아프게 했는데, 기아의 빠른발과 SK에게는 홈런으로 무너지며 두산이 내년 시즌 풀어야 할 과제를 남겼다고 할 수 있다.

또한 2001 시즌 우승을 차지했음에도 관중동원은 불과 44만명선에 그치면서 잠실 라이벌 LG의 그늘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LG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수치였지만, 여러모로 부족한 수치라고 할 수 있었다.

공동연고를 사용하는 팀들이 갖는 부담은 직접적인 비교가 가능하다는 것인데, 성적에 비해 관중동원을 위한 마케팅 전략의 부재는 두산이 향후 잠실 구장의 주인으로써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게 됐다.

오윤록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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