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불공정 아니다" 은행 손 들어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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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중소 수출기업들에 수조원대 손실을 입혔던 외환헤지 상품 ‘키코(KIKO·Knock-in Knock-out)’에 대해 대법원이 사실상 은행 측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는 26일 환헤지 상품인 키코계약에 가입해 손해를 본 수산중공업 등 수출입기업 4곳이 시중은행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기업 측 주장의 대부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선 계약 자체가 현저히 불공정해 효력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 “계약의 불공정성은 체결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계약이 체결된 뒤 환율 급등 등 외부 환경이 변했다고 해서 해당 계약을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의미다. 또 키코 계약 자체가 환헤지에 적합하지 않은 상품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은행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환헤지는 외환거래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일부 환율이 급등하는 구간에서 기업들이 손해를 본다고 해서 전체 상품이 헤지에 부적합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은행은 투자전문 금융기관보다 공신력이 훨씬 크므로 장외파생상품 거래에 있어 과도한 위험을 초래하는 상품을 적합하지 않은 기업에 적극적으로 권유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또 설명 의무와 관련해 어느 정도 손실을 보는지에 대해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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